햇양파와 연어킬러

심심할 때,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요리

bystephanette

밥 먹을 시간도 아닌데 2호가 주방에서 달그닥거린다.

2호는 독감으로 가택 연금 중이다.

햇양파를 꺼내서 썰고 있다.


독감으로 집에만 있기엔

심심한가 보다.

“뭐 하려고? 연어 먹게? “

“응”

“나 양파”

“어, 그거 더 얇게 썰어야 하는데.”


식칼을 받아서 양파를 썰었다.

칼이 싱글싱글 웃는다.


“2호야, 거기 칼갈이 꺼내줘.”

“응? 어디?”

“거기 두 번째 서랍에”


두 번째 서랍은 내 온갖 툴이 잠들어있는 보물상자다.

수십 년 동안 하나하나 모아놓은 온갖 도구들.

서랍 속 보물들은 하나씩 잘 닦아서 정리를 하면 좋은데

그럴 새가 없다.

스테인리스 벽걸이에 모든 도구들을 다 꺼내서 걸어둔 적도 있다. 반짝거리는 것이 보석같이 이쁘다.


칼갈이를 찾지 못하는 2호 대신 꺼내 들었다.

“그게 칼갈이야?”

“응. 이게 아마 20년 넘은 거 같은데. 이 칼도.“


2호는 눈을 반짝인다.

“그렇게 오래됐어?”

“그럼 여기 이 국자도 25년은 된 거 같은데. 엄마가 20대에는 주방용품 홀릭이라 한식조리사 따면서 샀었나. 좋은 걸 사놓으면 평생 잘 쓰지. 편집샵 같은데 구경가도 재밌어.“

“엄마, 칼이 갈아지는 거야?”

“응 일부로 예리하게 갈아놓지 않아서 이렇게 다시 갈아야 해.

너희가 다치면 안 되잖아.”


하얗게 반짝이는 햇양파를 하나 더 씻어서

예리한 식도로 얇게 채를 친다.

“우와, 햇양파라서..”

“응? 햇양파?”

“응. 이번에 새로 수확한 양파라서 때깔이 다르지. 갈색으로 잘 볶아서 캐러멜라이징하고 양파수프 해 먹으면 좋은데.“


”여름용 접시에 담아볼까?“

“나도 양파 썰어볼래.”

“그래. 오이도 꺼내봐. 포도도 두세 알 놓자.”


심심해하는 2호와 손으로 꼬물꼬물 할 것들을 꺼낸다.


오이는 감자채칼로 얇게 저며서 도르르 말아놓는다.

“연어랑 같이 말아서 먹으면 좋은데. 마끼 해줄까? “

“아니, 난 양파.”

흠. 레몬제스트도 올리면 좋지만 생략하자.

석류를 사야 할까.

샤인머스캣과 석류를 알알이 분리해서 냉동해 놓으면 여름 내내 행복한 식사를 차려낼 수 있다. 냉동한 포도는 한두 알만 먹어도 미칠 듯이 행복해진다.


연어를 도르르 장미처럼 말아서 두세 조각 올려 플레이팅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2호는 연어 킬러다.

원양어선을 타고 연어를 통째 잡아오고 싶기도 하다.


내일은 학교를 가려나.

독감 끝물에 심심할 때는 손으로 꼬물거리는 게 재미나다. 아마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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