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목살과 소 양깃머리를 주문했다. 숯이 필요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아침이 늦었다.
후루룩 경상도식 쇠고기 뭇국을 끓였다.
원조 레시피의 무는 나박 썰기가 아니다. 대충 어슷하게 썰어서 무정형의 무 조각을 만들어낸다.
그런 모양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무정형의 무가 더 맛있다. 씹는 부위에 따라 식감이 다르다.
급하게 차린 아침을 먹으며 2호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은 캠핑용품을 치워야겠다."
2호가 눈을 반짝이더니 은근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캠핑 안 가?"
"왜? 캠핑 가고 싶어?"
"응."
"잉?"
1호는 캠핑에 관심이 없다. 그럴 나이다. 지겹도록 갔었다.
바닷가 캠핑장에 갔을 때 생각이 났다.
우아한 캠핑 애정한다.
정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만 같은 적막강산의 캠핑장이다.
다들 9시면 취침이다.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핸드드립용 주전자와
투명한 아크릴 그라인더,
작은 드리퍼와 빨간색 법랑 머그.
그리고 캠핑과 먹는 날짜를 맞춰서 로스팅한 스페셜티 게이샤 원두.
초록색 낮은 테이블 위에 애정하는 아이들을 올려두고
천천히 바다의 파도를 보며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고, 한 잔 마셨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놀고 있고,
정말 조용했다.
침묵 피정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든 캠핑 자리가 만석이었다.
그런 캠핑장도 애정한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조용하다. 일찍 잔다.
소리소문 없이 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텐트로 왔다.
손에 들고 있던 포도 두 송이를 접시 째 내민다.
"저, 이거 드세요. 커피 향이 좋아서, 저희 커피 한잔 마셔도 될까요?"
"아, 아. 네. 그러세요. 다시 내려야 되는데 조금 기다리셔야겠네요."
"아, 감사합니다."
1호는 포도를 좋아한다. 물물교환이다.
텐트에 남자를 남겨두고
설거지 장소에 가서 커피포트와 드리퍼 그리고 커피잔들을 씻는다.
남자는 계속 어색하게 서 있다. 멀리서 일행들이 흘깃거리면서 쳐다본다.
잘 타고 있는 모닥불에 커피포트를 얹어서 물을 끓인다.
그 사이에 원두를 투명한 아크릴 그라인더에 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그륵 그륵 그륵"
커피 가루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남자는 바다를 보고 있다.
아이들 머리 위로 햇살이 떨어진다.
검은 머리카락 위에 엔젤링이 반짝인다.
드립한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건넸다.
"오우, 감사합니다. 진짜 커피가 마시고 싶었는데 안 가져왔거든요."
"아, 네. 포도 잘 먹을게요. 아이들이 좋아하겠네요."
"ㅎㅎ"
"네, 가세요."
그리고 이런저런 요리들을 숯불에 구워 먹고,
일찍 잠들었다.
바닷가의 언덕에는 해풍이 거세게 분다.
작고 둥그스름한 2.5인용 텐트라 바람이 불어도 별 상관은 없다.
심야에 눈을 떴다.
밤새 펄럭이는 소리가 나더니 바깥에서 왁자지껄하다.
살짝 내다보니 멀리 있던 커다랗고 정사각의 텐트가 날아가려고 한다.
"엄마, 무슨 소리야?"
"응. 바람이 너무 많이 부나 봐."
"엄청 시끄러운데?"
"잘못하면 텐트가 날아갈 것 같아."
"나가서 도와줄까?"
"저기 일행이 많아서 괜찮을 거야. 텐트가 너무 높아서 그런가."
폭풍의 언덕처럼 검은 밤에 검은 텐트는 후우웅 펄럭이고 날카로운 마찰음들을 연신 뱉어냈다.
다시 눈을 뜨니 밖이 밝다.
지퍼를 열고 나가보니, 밤의 그 텐트 일행들은 사라지고 없다.
새벽의 바다. 파도소리가 밤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다.
남은 장작들을 모아서 불을 피운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검게 그을은 1인용 커피포트를 올려서 물을 끓인다.
캠핑을 애정한다.
내 주변의 모든 이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막상 캠핑용품을 정리하려니
다시 가자고 그런다.
닭목살과 양깃머리를 주문했다.
숯불소금구이를 해서 일본식 소스를 각각 만들어 찍어 먹으면 환상이다.
이런, 텐트는 계속 갖고 있어야 할까.
양깃머리 숯불집 스타일 소금구이
양깃머리 500g
소금 4g
후추 약간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이하
숯불에 석쇠로 굽는다. 참기름은 굽기 전에 넣지 말고, 찍어 먹는 장에만 쓴다. 기름이 많으면 숯불에서 불꽃이 너무 올라와 탄맛이 붙기 쉽다. 양깃머리는 5~7mm 두께가 좋다. 너무 얇으면 질감이 사라지고, 너무 두꺼우면 겉만 타고 질겨진다. 물기는 키친타월로 아주 철저히 닦는다.
숯은 불꽃이 활활 날 때 말고, 겉에 하얀 재가 앉고 내부가 붉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굽는다. 석쇠를 충분히 달군 다음 올려서 한쪽 면이 갈색으로 제대로 잡힐 때까지 기다린다. 자꾸 뒤집지 말고 한 면 1분 전후로 굽고, 뒤집어서 40초~1분, 두께에 따라 조금 더 가감한다. 가장자리 지방이 살짝 바삭해지는 순간이 제일 맛있다.
불꽃이 확 올라오면 고기를 잠깐 가장자리로 옮긴다. 양깃머리는 지방이 떨어져서 불이 붙기 쉬운데, 불꽃에 직접 오래 맞으면 숯향보다 그을음 맛이 세진다.
소스는 간장 1 : 식초 1 : 물 1 + 대파 + 청양고추로 한다.
정말 좋은 양깃머리라면 굵은소금 + 후추 + 참기름 아주 조금.
같이 구울 건 대파 통으로, 마늘, 꽈리고추 추천한다. 특히 대파를 큼직하게 잘라 숯불에 까맣게 그을렸다가 속의 단 부분을 양깃머리랑 같이 먹으면 미친 맛이다.
한입 먹으면 처음에는 고소하고, 씹을수록 단단하게 탱글 하고, 마지막에 파간장의 산미가 기름기를 싹 잘라준다.
닭목살 세세리 소금구이
일본 야키토리에서는 닭목살을 세세리(せせり)라고 한다. 목을 계속 움직이는 부위라 적당히 탄력 있으면서 지방이 붙어 있어 쫄깃하고 육즙과 풍미가 강한 부위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타레보다 소금구이를 많이 한다.
닭목살만 모아서 손질해서 판매한다.
닭목살 500g, 소금 5g 정도, 청주 1큰술, 후추 아주 조금.
닭목살을 키친타월로 아주 잘 말리는 게 먼저다. 청주를 살짝 버무렸다가 다시 수분을 닦고 소금을 뿌리고 15~20분 정도 둔다. 오래 재울 필요 없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는 마리네이드가 중요하다. 유럽식으로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어서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시간이 된다면 그런 방법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세세리는 마리네이드로 맛을 만드는 부위라기보다 자체 지방과 식감을 살리는 쪽이 낫다.
꼬치에 끼울 때는 닭목살을 길게 펴서 꽂기보다 두세 번 접어서 지그재그로 꿰어 놓는다. 그러면 두께가 생기면서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게 구울 수 있다. 숯은 불꽃이 가라앉고 표면에 하얀 재가 살짝 앉은 상태가 좋다. 석쇠는 숯에서 너무 가깝지 않게, 중강불 정도로 잡는다.
처음에는 껍질이나 지방이 많은 면을 아래로 두고 1분 30초~2분 정도 굽는다. 지방이 떨어져 불꽃이 확 올라오면 꼬치를 바로 옆으로 옮긴다. 불꽃에 오래 닿으면 숯향 대신 탄 기름 냄새가 난다. 표면이 노릇하고 가장자리 지방이 살짝 바삭해지면 뒤집어서 다시 1분 30초 정도. 이후에는 20~30초씩 돌려가며 속까지 익혀. 닭고기니까 중심부는 충분히 익혀야 한다. 마지막에 숯 가까이 가져가서 양면 10~15초씩 강하게 그을려주면 아주 좋다. 시간보다 중심까지 완전히 익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레몬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세세리는 원래 소금만으로 굽는 방식이 제일 맛있다. 지방과 쫄깃한 질감 자체가 핵심이다.
네기시오 소스
대파 흰 부분 1대, 참기름 1큰술, 레몬즙 1~1.5작은술, 소금 두 꼬집, 후추, 다진 마늘 ¼작은 술 이하.
가능하다면 레몬제스트 약간.
닭목살 소금구이에는 '네기시오' 소스를 시도해 보자.
일본 이자카야에서 닭목살에 소금·참기름 계열의 파소스를 올려 먹는다.
대파 흰 부분 1대 아주 잘게 다지고, 다른 재료들을 섞는다.
구운 닭목살 위에 차가운 네기시오 소스를 한 숟갈 올린다. 이 소스는 숯불향이 있으면 정말 끝내준다. 닭목살은 바깥이 바삭하면서 오독하게 씹히는 맛이 있다. 속은 탱글 하고, 기름이 파·레몬·참기름에 붙으면서 거의 야키토리집 맛이 난다.
먹는 순서는 닭목살 먼저 그리고 나서 양깃머리를 나중에.
양깃머리는 기름과 향이 석쇠에 많이 남아서 반대로 먹으면 닭목살의 깨끗한 맛이 흐려진다.
대파는 많이 준비해서 가자. 사실은 고기는 대파구이를 먹기 위한 사이드일지도 모른다.
사족
집에서 숯불구이를 해 먹고 싶다.
환풍시설을 설치하려고 알아봤다. 고깃집의 환풍장치를 개인이 설치하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비싸다.
숯불구이가 가능한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잘 접어서 마음속에 넣어 둔다.
단독주택을 관리할 자신은 없다. 불멍이 가능한 그런 아파트도 있는데. 흠.
숯불구이와 불멍이 메인이다.
캠핑은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어쨌든 가을이니 밖으로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