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뭐지?

그냥 마음대로잖아.

bystephanette

마제소바를 먹으려고 했으나,

아침 식사 타이밍을 이상하게 먹는 바람에 엇박자가 났다.

돼지고기를 넣은 둥근 호박 볶음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애호박이 먹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다.

일종의 간식이라 하자.


대파 2개를 어슷썰기 해서 팬에 갈색이 되도록 기름에 굽는다.

파기름을 낸다치자.

애호박, 청양고추, 풋고추, 양파 등을 넣는다.

대패 삼겹살을 넣는다.


호박도 돼지고기도 새우젓이 제격이다.

새우젓을 꺼내려다 김치냉장고에서 갈치젓을 발견했다. 아, 이게 있었지. 오늘은 너다!

캔 모양의 뚜껑을 땄다.

"헉!"

거대한 갈치가 기다랗게 뒤엉켜서 꿈틀거리고 있다. 흡사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클 줄이야.

통멸치젓을 사다가 같이 구입해 본 녀석이다. 이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

앤초비라 생각하자.

그렇지만 그러기엔 너무 크잖아.

가위로 대충 자른다.


한 마리를 다 넣기엔 너무 많다.

불쌍한 갈치.

삐죽삐죽한 갈치 지느러미가 자작한 호박 국물 위로 삐져나와있다.

고춧가루를 넣는다. 마법가루를 넣지 않아도 미친 듯이 맛있다.

조금 더 국물 위주로 가면 짬뽕도 가능하다. 그러나 넣어두자.


대충 호박을 볶아 먹으려다가 요리가 되어버렸다.

1호와 2호가 나온다. 부르지 않았다. 내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더니 음식 냄새에 참을 수 없었나 보다.


아침에 끓여둔 한우 듬뿍 미역국은 거의 남지 않았다.

여름의 국은 역시 한 끼에 한 종류씩 클리어다.


"저녁에는 그거 먹자. 고기 넣고 우동 있잖아. 아아 이름이 뭐더라."

2호가 쳐다보더니 말한다. "어, 그거. 마제소바."

"그래 그래 마제소바."

그랬더니, 1호가 호박 볶음 속의 삼겹살을 집중적으로 골라 먹으면서 말한다.

"난 싫은데."

"잉? 왜?"

"난 느끼한 건 싫어."

"지금 드시는 건 뭔데요?" - 물론 이런 말은 안 했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바로 안 먹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1호가 신나게 먹는 동안 미역국 홀릭 중이던 2호가 슬그머니 일어난다.

2호를 보고 내가 말했다.

"아, 미역국 다 먹었어. 그게 마지막인데. 호박볶음이랑 드세요."

"난 괜찮아."

"응?"

"김 있어?"

"다른 반찬이랑 드세요."

"응. 난 괜찮은 거 같아."


"아니, 저기요!! 뭐가 괜찮아? 안 괜찮아. 안 괜찮아."

물론, 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메뉴를 하나로 통일하자 제발 플리즈.


삼겹살만 골라 먹으면서 느끼한 게 싫다는 1호와

싫으면 괜찮다고 하면서 원하는 게 뭔지 말 안 하는 2호 사이에서

마제소바는 길을 잃어버렸다.


대화는 양으로 튀었다.

대창과 양 그리고 돼지껍데기. 쳇.

이런 이런 양을 사야겠군. 양은 왜 되는 건데?


오늘의 승자는 삐죽삐죽한 지느러미의 끝없이 기다란 괴물 갈치.


사족.

나는 이미 요리 프로그램에서

수비드 기계에 매혹당하고,

냉동 참치 배꼽살 손질법을 지나,

피자 반죽의 네 번의 휴지기와 접힘을 보고,

파라타까지 갔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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