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기요.

젠젠 무리데스.

bystephanette

기껏 1호와 2호의 열감기가 나았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다시 고열이다.

혹시나 해서 검사했더니 이번에는 독감이란다.


의사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다.

"이 정도면 힘들어서 앉아있기도 힘들 텐데 체력이 좋은가 봐요."

기뻐해야 하는 일인 건가.


"우웅..."

이런 말을 내가 입 밖으로 소리로 낸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컨텍으로 2호와 무언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입모양으로 2호는 내 암호를 해독 중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당분간 학교는 못 가겠네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2호는 겸연쩍은 표정이다.

선생님은 다시 말한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 말을 듣고 2호는 입가에 웃음이 스쳐간다.


일 년에 한 번도 감기조차 걸리지 않는 2호는

사나흘 연속 행사를 쫓아다니며 강행군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요즘 독감도 코로나도 유행이다.


어째 아픈 것은 2호인데 내가 매가리가 없다.

종일 종종거리면서 가을 대청소를 했는데 아직도 끝이 안 난다.


2호가 슬그머니 웃으면서 곁으로 온다.

"엄마."

"응?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엄마." 2호는 싱글싱글 웃기만 한다.

"응. 말해봐. 뭐? 무슨 말이야?"

"나, 내일. 그러니까."

"내일 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일 나가면 안 돼?"

"아니, 저기요!!!"

그렇게 말하고 봐도 2호는 쌩쌩하다.

놀러 나갈 궁리라니. 멀쩡해졌군.


"내일 행사 있는데." 2호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A형 독감은 잘못하면 폐에 있는 공기 담는 공간이 파괴되는 병이야. 폐포라고. 그게 상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어. 재생되는 장기가 아니라고.

학교도 가면 안돼. 다른 사람들한테 옮기잖아." 무시무시한 말로 2호에게 겁을 준다.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도 2호는 여전히 웃는 낯이다.

나는 2호의 웃는 얼굴에 약하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2호가 뭔가 해달라고 하면 어느 순간 그러라고 하고 싶어진다.

정신 차리자. 정신! 정신! 얍! 얍!

다시 2호에게 말했다.

"안돼. 안돼. 원래는 네 방에만 있어야 하는 거라고."


"그 체력은 엄마한테 나눠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고 싶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체력이 바닥이다.

증상은 없지만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아프다.


계절용품은 아직 다 정리도 못하고,

이불은 이제 1개 남았다. 박스에서 꺼내서 잘 세탁해서 햇볕에 말리고 이불 커버를 씌워야 한다.

아이들 이불은 이미 완료.

이불속과 커버에 있는 리본을 하나하나 묶어서 도톰하게 각을 잡아서 방에 넣어줬다.

그런데 하루도 안 돼서 구스 솜이 뭉쳐있다. 이런. 리본이 매끌거리더라니 풀려버렸다.

아주 쪼끄만 똑딱이 단추들을 사다가 솜과 이불 커버의 끈에 각각 달고 싶다.

손바느질 삼매경에 빠져야겠군.

1호의 베란다 바카라장을 정리해야 하는데 시작도 못하고 있다.

냉장고 안에는 숙주 한 박스와 햇생강이 한 박스 있다.

다 언제 하지?


고사리와 토란대를 넣고 대파도 가득 넣고 육개장을 끓이고 싶어졌다.

아니면 경상도식 매운 쇠고기 뭇국. 숙주를 가득 넣어서. 흠. 맛있겠다.

어차피 내가 먹을 건 아니지만.


내일은 파와 고춧가루로 고추기름부터 만들어야 할지도.


사족

현재 스코어

숙주 한 박스

햇생강 한 박스

계절 빨래

베란다 바카라장 정리

주방용품 정리


참, 꽃게 두 박스와 이불 두 채는 클리어.


사족 2

평화로운 환절기의 풍경이다.

1호는 깨끗해지고 있는 집을 보더니

웃는 순간이 늘었다. 즐거운 1호를 보는 것은 행복하다.

정신없이 대청소를 하고 나면 문득 찬바람이 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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