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주말 오후

꽃게가 도착했다.

bystephanette

꽃게 금어기가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은 저렴하게 나온다.

주문한 꽃게가 두 박스 도착했다.

수산시장에서 바로 고르고 쪄서 가져와도 되는데

어쩌다 보니 집에서 꽃게찜이다.


찜, 소스별 오븐구이, 다리는 찌개용으로 냉동실, 꽃게라면

그런 식으로 가도 되지만

그럴 리가 없다.

다 찜으로 먹자고 한다.

다리도 바로 찜통 행이다. 냉동할 것은 없다. 이런.


솔로 싹싹 씻어서

투명한 피를 뺀다.

2호는 자기가 해보겠다고 한다.

"진짜 할 수 있겠어?"

칼을 찔러 넣는 것을 곁에서 보더니 달라고 안 한다.

하얗게 광택이 나는 꽃게들을 찜통에 가지런히 올려서 쪄낸다.


거대한 접시에 산처럼 쌓아놓고

잘 드는 가위를 들고 앉았다.


게딱지를 분리하고,

아가미를 잘라내고,

모래주머니도 잘라내고,

조심조심 게딱지를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몸통은 가위로 살살 얇은 막을 뜯어내고

살이 후루룩 떨어지는 상태로 만들어

앞접시에 놓아준다.


아, 다리, 다리, 다리.

국물용 냉동은 어림도 없다.

자르고 또 자르고 또 자르고.

11자로 껍질을 잘라서 펼쳐주면

입으로도 쏙 빼서 먹을 수 있다.


100개가 넘는 다리를 가위질했다.

아이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행복한 비명이다.


가을의 꽃게 파티라니.

어디 꽃게가 좋으려나.

수율이 올라가기 전, 저렴할 때

한 번 더 먹는 걸로.


식단 중이라 대충 먹고

폭풍의 가위질을 했더니 배가 고파졌다.


새벽에 도착한 시메사바를 먹어보자.

이것도 저렴하게 쿠팡에서 판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으으으으.


자, 이제

저녁은 뭐해먹지?


둥근 애호박을 또 샀다. 너무 애정한다.

갈치 넣고 지져먹어도 맛있는데.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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