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로 만든 한복 저고리

중학교 때 가정 시간에 만들었다.

bystephanette

지금은 노안이라 안 보인다.

중학교 때 가정 시간에 한복 저고리를 만들었다.

1/2 사이즈로 축소해서.


옷본을 따라 천을 자르고

1mm 간격으로 손바느질을 한다.

나는 그 한 땀 한 땀을 바느질하는 것을 너무 애정했다.

하얀 실이 가지런히 오차 없이 조르륵 생기는 것이 좋았다.


프랑스 자수실로 도안을 그려서 자수를 놓는 것도 아주 애정했다.

선생님의 칭찬을 들어서 꼭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자수를 하는 과정도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우쭐한 것도 행복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십자수에 빠져 있었다.

찻잔 받침이나 시계, 쿠션 같은 것들을 만들었다.

십자수 공방에 찾아가서 여러 가지 도안바카라을 뒤적거리고,

그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자수실을 골라서 하얀 실패에 하나하나 감는다.


저녁이면 한 시간 동안 놓은 자수를

다시 한 시간 동안 한 땀 한 땀 풀기도 했다.

한 코를 잘못 놓으면 방법이 없다.

이탤릭체로 글자들을 수놓고,

여리여리한 캐릭터들의 구불거리는 옷자락에 비즈나 진주들을 끼워 넣고.


5mm 간격으로 플리츠 주름을 잡아 세로로 박음질한 80수의 면이불을

버리려고 하다가 조각들을 잘라내서 뭔가 만들고 싶어졌다.


뭘 만들까.

뭘 만들지.


어쩌면 나는 월든의 숲 속 오두막에서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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