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식탁

저녁엔 뭘 먹지?

bystephanette

새벽에 갈치구이 냄새에 잠을 깼다.

어느 집에서인지 몰라도 이른 새벽부터 누군가는 생선을 굽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 봐도 고등어도 삼치도 아닌 갈치다.


며칠 전, 코스트코에서 사 온 아롱사태로 수육을 했다.

그러나, 아이들 먹일 타이밍을 놓쳤다.

나 혼자 먹기엔 재미가 없다.
어차피 쌀밥 같은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도 않는다.


차갑게 하루 식혀서 얇게 편으로 썰어

파를 듬뿍 넣고 육개장을 끓였다.

두툼한 대파의 하얀 부분을 가운데를 갈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을 애정한다.

파향이 가득한 육개장이라니.

아이들은 어제 오후에도 영 관심이 없더니,

오늘 새벽에도 밥은 안 먹을 분위기다.


우리 집 1호는 며칠 기분이 좋지 않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드디어 조금 밝아졌다.

사춘기에는 역시 적당한 무관심이 최고다.


분주한 새벽

나는 식탁에 앉았다.

커다란 배를 깎아 하얀 양식 메인 접시에 가지런히 담았다.

웬일인지 오늘은 과일을 먹을 분위기였다.

앗싸. 빙고!

1호가 나를 보더니 슬그머니 접시를 들고 간다.

화장대 앞에 앉아 영상을 틀어놓고

머리카락을 말린다. 중간중간 배를 먹는다. 사각사각.

그러니까 1호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머리카락이 한 짐이 된 2호가 방에서 나온다.

부들부들하고 두툼한 잠옷을 질질 끌고 있다.

내가 애정하는 잠옷이다.


"밥 먹을래? 솥밥도 해놨고, 쇠고기 육개장도 있는데. 대파도 많이 넣고."

2호는 눈을 못 뜬다.

이런. 밥은 영영 저 먼 곳으로.


다시 2호를 위해 배를 깎아서 대령한다.

새하얀 배를 날렵하게 잘라서 가지런히 비스듬하게 겹쳐서 접시에 담는다.


둘 다 그 정도면 뭔가 더 먹지 못한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1호는 육개장 냄비를 열고 있다.

"오~~ 웬일이야?"

그걸 다 먹고 밥이라니.

육개장을 끓이기를 잘했다.


결국 둘 다 하얀 쌀밥에 매운 육개장을 싹싹 다 먹었다.
좋군.


저녁엔 뭘 먹지?

냉장고에 있는 애호박과 목살로 고추장찌개.

부들부들한 두부를 듬뿍 넣어서.


목살을 망치로 두드려서

돈가스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 글쎄. 우스터소스가 없다.


말린 톳을 넣고 솥밥을 하면 바다향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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