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생강을 기다린다.

이런 것으로 두근거리다니. 반칙이다.

bystephanette

이맘때면 햇생강이 나온다.

재래시장에 가득히 쌓여 있는 채소 뭉치들을 보면

나는 약간 흥분상태에 빠진다.


햇생강이 그렇다.

껍질이 투명한 듯 뽀얗고 붉은 기운을 머금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햇생강을 한 박스 샀다.


일 년에 한 번 햇생강철에 주서기를 쓴다.

생강을 갈아서 냉동해 놓고 일 년 내내 매일 조금씩 뜨거운 물에 넣고 마신다.

주서기는 비워버려서 없다.

믹서로 갈아야 하나.


얇게 편으로 썰어서 뜨거운 물에 소독한 유리병에

차곡차곡 하얀 설탕으로 재어놓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설탕은 먹지 않는다.


따뜻한 물에 에센스향과 입욕제와 천연소금을 넣는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욕조 트레이에 작은 물건들을 올려놓는다.

뜨겁게 김이 올라오는 생강차

혹은 얼음이 찰랑이는 음료, 레몬과 생강과 계피를 섞은 레모네이드.

문어 모양의 괄사.

아베다 차크라 4 - 필 인 하모니 스프레이,

바이레도 모하비 고스트 바디로션,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르윌 꼬르 보디 오일.

금속으로 장식된 구불구불한 세로 양각 무늬의 로션병과

투명하고 알록달록한 목욕용품들.

무슨 향을 선택하든

행복하지 않을 리 없다.


비가 오는 바다의 재즈

혹은 안개 자욱한 숲의 명상 음악이 울린다.


뜨거운 물 속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머문다.

달짝지근한 베이비 파우더 향이 가득 찬다.


다시 또 시작된 근육통이 풀릴지도 모른다.

그리 격한 운동도 아닌데 근육통은 종일 따라다니며 나를 칭찬한다.


온몸이 따뜻해진다.


햇생강을 기다린다.

새벽과 저녁의 생강차는 그런 순간들의 총합이다.

이런 것으로 두근거리다니. 반칙이다.



작가의 이전글늘 승리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