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그리고 함께 잠드는 것

회복은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이고, 관계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bystephanette

심리적 회복탄력성의 회복과 스트레스의 감소가 궁금했다.

아침에 타라 스워트 박사의 강연을 들었다. 신경과학자이자 의사인 그는 스트레스와 수면, 신경가소성, 직관, 관계가 뇌와 몸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잠은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그녀의 강연은 생각치 못했던 의외의 사실들을 알려준다.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뇌의 노폐물 청소 경로다. 뇌에는 일반적인 림프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뇌척수액과 뇌간질액이 혈관 주변 통로를 따라 흐르면서 노폐물을 씻어낸다. 잠잘 때 이 시스템의 활동이 커진다. 특히 깊은 비렘수면(NREM, 서파수면) 동안 뇌세포 사이 공간이 상대적으로 넓어지고, 뇌척수액의 흐름이 활발해지면서 대사 노폐물 제거가 촉진된다. 여기에는 베타아밀로이드나 타우 같은 단백질도 포함된다. 심혈관 리듬, 호흡, 뇌혈류 변화가 뇌척수액 흐름과 연결돼 있다. 깊은 수면에서는 느린 뇌파와 함께 혈류 변화가 생기고, 그에 맞춰 뇌척수액이 파동처럼 움직이는 패턴이 관찰된다.


그래서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감정조절 악화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수면과 글림파틱 기능 사이의 연관성이 강하게 연구되고 있다. 실제로 글림파틱 시스템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특별한 보조제보다 기본적인 수면 관리다. 즉,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충분한 수면시간, 음주 줄이기, 수면무호흡이 있으면 치료하기 등이다.


중요한 건 총 수면시간만큼 수면의 질도 중요하다. 깊은 잠이 충분히 나오고 수면이 자주 끊기지 않는 것이 글림파틱 기능에 더 유리하다. 밤새 여러 번 깨거나 수면무호흡이 있거나 깊은 잠이 줄면 이 청소 과정도 방해받을 수 있다.


특이하고도 매우 흥미로은 사실은 그 다음이다.

인간은 진화적으로 집단으로 함께 자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체온을 유지하고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보호했으며, 가까이 붙어 있는 과정에서 옥시토신과 같은 결속과 관련된 생리적 반응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녀는 현대의 부부나 가족이 함께 자는 것도 생활 습관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자는 동안에도 사람은 슬롯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잠을 자는 것은 심리적 회복탄력성의 회복과 스트레스의 감소에 도움이 된다.

그녀는 가슴에 HRV, 즉 심박변이도를 측정하는 장치를 착용하고 스트레스와 회복 상태를 관찰했는데, 잠자는 동안 남편이 먼저 일어나 작별 인사를 하며 키스를 했던 순간 회복탄력성과 관련된 지표가 갑자기 올라갔다고 한다. 어린아이가 깨워서 수면이 방해될 때는 스트레스 상태가 나타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편안하게 함께 있을 때는 낮에도 회복 상태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수면 방해만 놓고 보면 누군가 곁에 없는 편이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의 몸은 효율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체온, 접촉, 신뢰, 친밀감, 안전하다는 감각.

그런 것들도 신경계가 읽는다.


스워트 박사는 함께 자고 포옹하는 경험을 꽤 강하게 옹호한다. 자신은 수면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만, 그럼에도 함께 자는 동안의 접촉과 결속이 신경생물학적으로 보호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함께 잘 때 더 잘 자는 것은 아니다. 코골이나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핵심은 단순히 같은 침대에 있는 것보다 인간의 신경계가 타인의 존재와 접촉에 반응한다는 데 있다.


직관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것을 들으며 그녀의 저서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이나 직관은 경험의 반복된 누적이다. 경험된 것은 평생 기억할 수는 없지만 신경계와 장 신경세포 등 몸의 어딘가에 정보로 저장된다. 지혜와 경험이란 반복적으로 보아온 패턴들의 산물이다. 의식하지 못한 채 저장된 것들이다. 그것을 덜 의식할수록 신경계에 더 깊게 몰려들어간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들은 뇌에 저장되지만,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경험 같은 것은 몸 아주 깊은 곳에 저장된다. 뭔가는 안다는 느낌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런 것들은 신경계와 장 신경계에 저장된다. 가장 큰 장기인 피부까지 신경 경로가 존재한다. 이런 것들이 뇌와 몸이 연결되는 고리다. 상호 피드백은 끊임없이 오간다. 우리가 어떤 것을 머리로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는 심박, 호흡, 소화, 근육의 긴장처럼 몸 전체에 영향을 준다. 몸에서 올라오는 신호 역시 다시 뇌의 판단과 감정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어떤 경험은 문장으로 기억되지 않아도 반응 방식으로 남을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몸이 먼저 긴장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말하기도 전에 심장이 빨리 뛰고, 위가 조이고, 어깨가 굳는다. 머리는 아직 이유를 찾고 있는데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이런 자동적 반응이 영원히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신경가소성이 나온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은 상대가 아프거나 좋지 않은 상태를 직감적으로 안다. 예감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방의 정신적 심리적 육체적 상태에 대해서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신경계가 새로 배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나는 이미 안전하다고 알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몸은 아직 예전의 위험을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러면 몸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 안전한 상태로 잠을 자고, 편안한 사람과 함께 있고, 위험하지 않은 상황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이전과 다른 결과를 여러 번 확인한다. 그 과정에서 신경계의 예측도 조금씩 달라진다.


회복탄력성이라는 것도 그래서 강한 정신력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도 아니다. 스트레스 이후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충분한 잠, 몸의 회복, 안전한 관계, 반복되는 새로운 좋은 경험. 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고, 몸은 우리가 말로 설명하기 전에 이미 수많은 신호에 반응하고 있다. 변화 역시 생각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몸과 뇌가 새로운 경험을 반복해서 겪어야 한다.


사람은 혼자 떨어져 있는 뇌 하나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잠을 자고, 먹고, 움직이고, 누군가와 붙어 있고, 다시 안전하다는 경험을 한다.

그 모든 것이 신경계에 들어간다.


어쩌면 회복은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이고,

생각보다 훨씬 관계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사족 1

타라 스워트 박사의 저서다.

『사인 THE SIGNS』 (2026)

: 부, 건강, 행운과 사랑을 끌어당기는 의식의 연금술. 갈림길에 선 사람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다.

아마존 긍정심리학 분야 1위 도서로 지정되었다.


사족 2

타라 스워트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의학 박사(MD) 학위를,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생물과학 학사와 신경약리학 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이후 임상의와 연구자로 활동하며 신경과학, 정신의학, 행동과학을 연결하는 연구를 이어왔다. 현재는 MIT 슬론경영대학원과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강의하며, 뇌과학을 리더십과 의사결정, 스트레스 관리, 회복탄력성, 성과 향상에 적용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 경영진과 조직을 대상으로 자문과 코칭을 해왔으며, 인간의 뇌가 환경과 경험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수면·스트레스·관계·신경가소성이 인지 기능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주로 다룬다. 2016년에는 런던 코린티아 호텔의 전속 신경과학자로 임명되어 ‘브레인 파워’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 개발과 직원 및 임원 대상 상담에 참여했다. 저서로는 『부의 원천』이 있으며, 팟캐스트와 강연을 통해 신경과학을 일상적인 삶의 문제와 연결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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