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뾰족한 모서리가 젖은 점막을 긁는다.

언어는 어디에 남는가.

bystephanette

언어는 기호다. 그러나 인간에게 언어는 몸을 통과해서 경험된다. 누가 괜찮아라고 했을 때 안도감이 오는 것도, 모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빨라지고 위가 조이거나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도 언어에는 그것을 말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이전의 경험과 관계의 권력구조까지 연결된다.


단어의 뾰족한 모서리가 젖은 점막을 긁는다.

시를 쓰고 있었다.

시의 한 문장이다.


왜 단어의 각진 모서리는 복강의 안쪽 젖은 점막을 긁어대는 것일까.

언어는 몸 안으로 침입한다. 몸은 이미 세상 속에 들어가 있다. 말은 호흡과 목소리 입과 귀 그리고 시선과 자세를 통해 발생하고 받아들여진다. 언어 자체는 신체적인 사건이다.


호흡조차 토해야 하는 자리에서도 몸은 계속 기억한다.

말은 몸을 통과하지만

말이 끝난 이후에도 몸은 왜 계속 기억하는가.


기억은 머릿속이 아니라

장기에 저장되는 것이 아닐까.


몸으로 들어온 언어는 장기를 헤집으며 기억을 만난다.

말하지 못한 경험은 날카로운 감각으로 골반뼈 안에 침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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