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

결론은 죽기 직전에나

bystephanette

그럴 때가 있다.

다 귀찮고 다 때려치우고 싶고 아무런 에너지도 없는 상태.


뜬금없이 솔메이트가 엉뚱한 이야기들을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다.

"릴리, 결론은 죽기 직전에나 알 수 있는 거야."

"뭐라는 거야?!"

"지금은 모른다고."

"뭘 몰라."

"결론이 뭔지."

"왜 몰라?"

"다 살아봐야 알지."

"ㅎㅎㅎ 진짜 웃기네. 그래서 뭐. 더 살아보라고. 하아. 귀찮아."

"죽기 직전에나 알 수 있는 거라니까."


그럴 때가 있다.

다 귀찮고 다른 것도 하기 싫고 격렬하게 종료 버튼을 누르고 싶어질 때가.


며칠 전에 뉴스에 낚였다. 성남시에서 안락사를 허용한다는 뉘앙스의 제목이었다. 실제 내용은 딴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그럴 리가 없다.

한때는 스위스에 가고 싶었다.

자칫 잘못해서 혼자 시도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실패하면 정말 망해버린다.

지금은 그다지 위험한 상태는 아니다. 예전에 창문 근처에 가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그럴 때가 있다.

나는 격렬하게 종결하고 싶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장이 뒤틀렸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턱턱 막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는데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모른다.

내 육체는 나에게 "아니야. 이게 아니야."라고 말했다.


단테의 희망에 대해 강연을 듣고 나서 생각했다.

"그렇군."


'희망'파트는 재미없어서 건너뛰려고 했는데,

역시 지혜는 선현의 말씀에서 얻을 수 있다.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변의 사람들은 내게 계속 희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불확정성은 그것 자체로 희망의 기반이 된다.
난 예측불가능성과 불확정성이 싫었다.
난데없이 부서지는 구조물이라니 그런 것은 거부한다!!
그러나,
단테의 희망 편을 알고 나서 관점을 바꿨다.
예측불가능성 덕에 앞으로 상당히 흥미진진할 수도 있을 거라 예상한다.

또 어떻게 찌그러지고 부서지려나?
아쉽게도 아직 이런 정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작가의 이전글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