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브랜드를 좋아하세요? Part II

면접 경험담

by쏘뇨

"어떤 브랜드 좋아하세요?" 면접을 보다 보면 꼭 한 번은 듣는 질문이다. 자주 받는 질문인 만큼 주니어 시절에는 업계에 맞춰 답변을 따로 준비하곤 했다. 하지만 준비한 티가 너무 나 진땀을 흘리기도 했고,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를 얕게 설명했다가 면접을 망친 적도 있었다.


온라인 게임 유목민 생활을 하며 수십 번의 면접을 봤다. 이상하게도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은 항상 어려웠다. 돌이켜보면 이 질문은 좋아하는 브랜드를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브랜드를 어떻게 보는 사람인지, 왜 그 브랜드를 좋아하게 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더 가까웠다. 오늘은 그 질문 앞에서 내가 겪었던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Part I. 멋진 브랜드를 말해봤자

수십 번 면접을 보다 보니 하나쯤 알게 된 게 있다. 면접관이 "어떤 브랜드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브랜드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바라보는 사람인지, 브랜드를 읽는 감각이 있는 사람인지 보고 싶은 것이다. 대부분의 답변은 비슷하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하나 말한 뒤 그 브랜드의 핵심 가치나 방향성을 설명하고, 그 가치가 자신의 생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이야기한다. 혹은 브랜드가 나아가는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풀어낸다. 결국 중요한 건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다. 면접관이 "왜 그 브랜드인가?"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늘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를 이야기했다. 면접에서는 보통 두 개의 브랜드를 준비한다. 하나는 지원한 업계와 관련된 브랜드, 다른 하나는 내가 오래 좋아해 온 브랜드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답하려 했다. 원래는 업계 브랜드를 먼저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순서를 바꿔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인 Fresh Service부터 꺼냈다.


Fresh Service는 가상의 물류회사를 세계관으로 삼는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어떤 물건을 쓰고 어떤 옷을 입을지 상상하며 브랜드를 확장해 나간다. 나는 그 설정이 왜 흥미로운지, 'Fresh Service'라는 이름 하나로 어떻게 다양한 브랜드 라인을 만들어 가는지 신이 나서 설명했다.


이제 업계 브랜드를 이야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면접관 한 분이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다음 질문에 답했지만, 면접이 끝난 뒤에는 탈락을 직감했다. 결국 결과도 같았다.


물론 Fresh Service를 이야기해서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면접이 끝난 뒤에도 그 장면은 계속 마음에 남았다. 내가 Fresh Service를 신나게 설명하는 동안 두 면접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 분은 흥미를 잃은 듯했고, 다른 한 분은 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비슷한 일은 나만 겪은 게 아니었다. 얼마 전 식품 업계 면접을 본 지인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자신 있게 'Kith Treat'를 이야기했지만 면접관은 브랜드를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그 순간부터 브랜드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고 준비했던 이야기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식품 업계라면 알 거라고 생각했던 브랜드였지만 면접관에게는 낯선 브랜드였다.


그 일을 겪고 나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면접에서는 면접관이 이해할 수 있는 브랜드가 더 유리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면접관이었을 때 같은 질문을 자주 했다. 솔직히 모르는 브랜드가 나오면 그 순간부터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브랜드를 이해하기보다 설명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흥미도 조금씩 떨어졌다.


웃기게도 이번 호스피털리티 기업 면접에서도 그 업계에서 가장 멋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한 Not a Hotel를 좋아하는 브랜드로 들고 갔다. 처음에는 낯설어하시던 분위기였지만, 상무님께서 "일본에서 봤는데 정말 힙한 브랜드죠."라고 한마디를 보태주셨다. 그 순간 대화의 흐름이 달라졌다. 브랜드를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내가 왜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었다.

Not a hotel toyko 출처: not a hotel 공식 홈페이지


물론 면접관이 내가 준비한 브랜드를 알고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면접이라면 적어도 한 개쯤은 업계에서 많이 알려진 브랜드를 준비해 가는 편이 좋다. 공감대가 생기면 브랜드를 설명하는 데 쓰는 시간이 줄고 그만큼 나에 대해 이야기할 여유가 생긴다.




Part II.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브랜드 말하기

면접에서는 사적인 이야기와 공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사적인 이야기도 결국은 직무 역량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만 설명해서는 부족하다.


예전 M브랜드 면접에서 놋또(Notto)를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역성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방식이 흥미로웠고 그 점을 중심으로 내가 왜 좋아하는지 설명했다. 면접이 끝난 뒤 들은 피드백은 예상 밖이었다.

"저희가 찾는 분은 브랜드 전략과 포지셔닝에 강점이 있는 분이지, 버벌에 강점이 있는 분은 아닙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부족했던 점이 보였다. 브랜드의 버벌적인 측면에서 좋다는 이야기에 머물렀지, 내가 왜 그 브랜드를 그렇게 읽었는지는 어떤 전략이 있었는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세요> 편을 참고 부탁한다.


그 뒤부터는 면접마다 두세 가지 답변을 준비했다. 하나는 지원한 업계에서 눈여겨본 브랜드, 다른 하나는 오래 좋아해 온 브랜드다. 애정하는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는 두 가지를 꼭 담으려고 했다. 먼저 브랜드를 어떤 관점으로 읽었는지 설명한다. 브랜드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브랜드가 시장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브랜드가 왜 내게 특별한지 나만의 이야기를 덧붙인다.


예전에는 레고를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자주 이야기했다. 레고가 어떻게 키즈 시장에서 키덜트 시장으로 갈 수 있었는지, IP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더불어 과거 아버지가 사줬던 기억으로 과거를 연결시켜 주는 브랜드라는 형식으로 답했다. 이와 같이 자기 자신과의 추억이 들어가 있는 브랜드를 이야기하면서 브랜드가 구조, 시스템뿐만 아닌 감정의 연결, 유대성 등을 강조하는 것이다.

출처: pinterest



결국 정말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는 브랜드의 기능적 편익 측면 중심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감정적 편익측면과 자아표현적 편익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좋다. 왜 이 브랜드가 나를 대변하고 어떤 감성으로 나를 매료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비로소 면접관은 면접자가 가진 브랜드에 대한 진심과 태도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브랜드 좋아하세요?" 참 단순한 질문인데, 면접을 거듭할수록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를 맞히는 면접은 없다. 결국 면접관이 듣고 싶은 건 멋진 브랜드의 이름이 아니다. 그 브랜드를 좋아하는 나만의 이유다. “어떤 브랜드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브랜드를 말하지만, 결국 보여주는 건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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