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 1년, 공예 브랜드를 다시 묻다

브랜드 점검 타임

by쏘뇨

대기업에 들어와 브랜드 전략 기획자이자 브랜드 매니저로 일한 지도 어느덧 시간이 흘렀다. 작년에는 공예 기반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고 이후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며 인하우스에서의 브랜드 전략과 운영이 무엇인지 체감하고 있다. 론칭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 브랜드는 어떠한 브랜드인가?



현재 우리 팀이 만든 공예 브랜드는 전시장, 워크숍, 기프트숍, 디저트 살롱으로 이어지는 경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각각의 공간과 프로그램은 일정 수준의 완성도로 운영되는 중이다. 그러나 고객의 인식 속에서 이 모든 경험은 고유 브랜드명보다는 ‘신세계’라는 상위 브랜드로 더 강하게 인지되고 있다. 브랜드명으로 불리는 빈도는 높지 않고 네 개의 주요 터치포인트도 하나의 세계관으로 단단히 연결되기보다는 개별 기능 단위로 작동하는 인상이 강하다. 이 시점에서 브랜드 전략 기획자로서 매니저로서 의문을 품는다. 우리 브랜드는 뭐지..?



무엇을 만드는 브랜드인가?

브랜드 전략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가장 헷갈리는 순간이 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은 ‘상품’일까, 아니면 ‘공예’일까. 공예를 예술의 영역에 둔다면 작가 분들과 함께 협업해 소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에 가깝다. 반면 상품은 일정한 시스템 안에서 반복 생산되며 시장을 향해 빠르게 유통된다.



현재 우리가 운영하는 브랜드는 분명 장인정신을 중심에 둔다. 국내든 해외든 실제 작업자의 손을 거쳐 완성되는 핸드메이드 제품을 선호하고 손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다만 one&only의 작품을 소개하진 않는다. PB제품으로 대량 생산하여 판매하는 제품도 있고 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와 판매하는 것도 있다. 현 상황을 쉽게 설명하자면 공예를 쉽게 소개하기 위해 우리 팀의 시각으로 공예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개하고 판매하는 작품과 제품에는 브랜드의 철학과 방향성이 들어가 있을까? 브랜드의 공간에서 제품을 구매했을 때 브랜드가 추구하는 태도와 가치가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매 분기 나오는 새로운 패턴과 전시 공간에서 소개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작가, 고객을 연결하고 있다. 브랜드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다만 장인정신의 부분에서 부족하다. 장인정신을 내세우는 브랜드라면 역사와 전통, 기술, 철학, 미의식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그중 하나라도 비어 있다면 장인정신을 말하는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의 사적 브랜드론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능력으로 파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메종 브랜드의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크래프트맨십에 의존하는 메종 브랜드에서는 역사와 전통, 기술, 철학, 미의식이 없어서는 안 된다.

루이비통 재팬사의 전 사장 소우 고지로
- Made in 브랜드, 야마다 도요코


아쉽게도 독립적인 역사와 전통을 쌓아온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모브랜드의 신뢰와 보증에 기대고 있는 지점이 크다. 설령 보증으로 일정 부분을 보완한다 하더라 브랜드 자체의 기술력은 단단하다고 보기 어렵다. 작가와 장인들과의 협업으로 기술적 완성도를 확보했다고 가정해도 우리는 장인정신을 지닌 브랜드보다 장인정신을 서포트하는 플랫폼 브랜드에 가까워진다.



그렇다면 전시장은 어떨까. 전시장에서는 작품을 전시하고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공예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한다. 고객에게 공예가 왜 중요한지, 왜 지금 다시 주목받아야 하는지를 설득하려 노력한다. 하나 현실적으로 전시장의 힘 역시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식되지 않는다. 많은 고객은 브랜드보다 ‘신세계가 소개하는 공예 전시’로 인식한다. 전시된 작품은 소량 생산이라는 희소성을 갖고 있지만 브랜드의 상품으로 확장되진 않는다. 대규모 유통 구조 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특정 장인이 만든 전시 작품으로 남는다.


하지만 장인에 의한 소량 생산은 대량 생산 시장이 있을 때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 희소성이란 어디까지나 대중시장을 전제로 하고 그 틀이 있을 때 발생하는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품귀라는 표현은 매스 마켓을 전제로 성립하는 말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만약 그 제품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단순히 수제로 만들어진 애용품 정도로 끝난다면, 그것이 비록 특수 주문생산된 것이라 해도 희소성의 상품 가치는 부여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사치품은 될지언정 당연히 브랜드는 있을 수 없다.

- Made in 브랜드, 야마다 도요코


브랜드의 경험 체계 중 두 곳은 아직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기보다는 모브랜드가 전개하는 여러 활동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브랜드라기보다는 상품을 판매하고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먼저 인지된다. 결국 우리가 생각한 우리의 브랜드는 에르메스(메종 브랜드)나 오가타(일본 DNA를 담은 개인 브랜드)와 같은 독립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플랫폼이다.

출처: DFA DESIGN AWARD, https://dfaa.dfaawards.com/en/winner/



현재 브랜드의 중심은 무엇인가?

현재 브랜드의 에센스는 weaving heritage다. 고객과 장인을 잇고 현대와 전통을 연결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에게 고감도로 선정된 공예 제품을 보여주는 공간이자 한국의 공예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브랜드를 운영하며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왜 이 일을 백화점이 해야 할까?


브랜드 미션이란 업의 본질을 말합니다. 이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보아도 좋겠네요. 우리 브랜드는 왜 존재하나요?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고요? 앞에서 말했듯이 그것은 업의 형태죠. 그거 말고 ‘왜 이 물건을 파나요?’, ‘이 물건을 팔아서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 마음을 움직이는 일, 전우성

브랜드를 처음 기획할 당시 CD는 이것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오랫동안 쌓아온 안목과 큐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공예를 소개하고, 고객과 연결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공예를 보존하고 잊히지 않게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실제로 브랜드를 경험한 고객들은 종종 "좋은 일을 한다"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그 말은 한편으로는 고민을 남긴다. 고객들은 정말 Weaving Heritage를 느끼고 있는 걸까. 전시를 관람하고, 살롱에서 식사를 하고, 기프트숍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어떤 감정을 가져가고 있을까. 공예의 가치를 경험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가치 있는 활동을 응원한 것일까. 이 질문에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를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공예를 연결하는 플랫폼 브랜드로 바라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전국의 작가를 발굴하고, 고객에게 소개하고, 유통의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어쩌면 그것이 백화점이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예를 만드는 브랜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공예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소비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브랜드는 될 수 있다.






현재 브랜드를 점검해 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장인정신 기반의 공예 브랜드라고 생각했지만 장인 브랜드라기보다 소비자와 장인을 연결하는 공예 플랫폼에 가깝다. 전시하고, 판매하고, 소개하는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브랜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전달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의 역할은 공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예를 발견하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브랜드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며 가치와 경험이 반복되고 축적될 때 비로소 또렷해진다. 브랜드의 연결 체계가 흔들리거나 사라지지 않는 이상 브랜드로서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출처: DFA DESIGN AWARD, https://dfaa.dfaawards.com/en/winner/


기존 이 브랜드를 왜 시작했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플랫폼 브랜드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모브랜드의 가치를 중심으로 모브랜드의 시선으로 공예를 소개하고 가치롭게 만드는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숫자에 압도되지 않고 우리가 시작했던 점을 생각하며 공간이 브랜드로 변화하는 이 과정을 단단하게 만드려 한다.


정보로, 나아가 숫자로 판단하지 않고 '감각'을 날카롭게 연마한다. 하루의 매출을 만들어준 '상품'에 집착하지 않고 진정으로 생활자에게 제안하고 싶은 상품을 즐겁고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그 결과 매출이 형성된다. 숫자적 목표를 세우면 모든 사람이 숫자만 주목한다. 그 결과 단가가 높고 잘 팔리는 상품을 손님에게 권하는 가게가 된다. 그리고 그런 '목표'에 대해 삐걱거리기기 시작한다. 무엇을 위해 이 회사에 입사했는지 알 수 없어진다.

-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나가오카 겐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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