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비즈니스 리터러시 (1) – 숫자 리터러시
사무실의 풍경이 바뀌었다. 우리는 이제 옆자리 동료보다 인공지능과 더 많이 대화한다. 업무 지시를 받으면 습관적으로 AI에게 먼저 물어보고, 머릿속 생각을 짜낸 뒤에는 AI에게 검증을 받는다. AI와의 대화는 즉각적이다.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요약해 주고, 무엇보다 내 말을 끊지 않는다.
그러니 회의실이 답답해진다. 사람과의 대화는 상대의 감정을 살펴야 하고, 핀트가 어긋난 답이 오가며, 팩트 하나 확인하려면 "다음에 다시 모이자"가 된다. AI와의 대화가 사람과의 대화보다 편하고 후련한 시대.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챗GPT의 주간 사용자는 9억 명을 넘어섰다.
그래서 사장님들이 움직였다. "우리도 뒤처질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챗GPT 유료 계정을 구독시켜 주었다. 직원들은 이것저것 열심히 물어본다. 보고서도 빨라진 것 같고, 문서도 그럴듯해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성과가 안 난다. 매출이 뛰는 것도 아니고, 원가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같은 도구, 같은 요금제, 같은 시간을 쓰는데 어떤 직원은 날아다니고, 어떤 직원은 제자리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AI는 누구에게나 80점을 준다. 답은 도구가 아니라 대화에 있다. 정확히는, 대화의 밑천이 되는 비즈니스 리터러시(Business Literacy)의 수준에 있다. 비즈니스 리터러시란 외부적인 시장정보와 내부적인 재무정보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나는 이것을 세 가지로 나눈다. 손익과 원가를 이해하는 숫자 리터러시, 고객과 경쟁자를 이해하는 시장 리터러시, 분업의 효율과 협업의 집단지성을 이해하는 시스템 리터러시. 숫자를 모르면 AI의 답을 검증하지 못하고, 시장을 모르면 AI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시스템을 모르면 AI가 준 답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지 못한다.
AI는 누구에게나 80점짜리 답을 준다. 그래서 80점은 아무런 경쟁력이 없다. 경쟁사의 직원도 같은 80점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실행되고 차별화되는 것은 90점부터다. 그리고 그 10점의 차이는 AI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우리 회사의 숫자가 들어간 질문, 우리 고객의 사정이 담긴 맥락, "그 계산에는 고정비 배부가 빠졌는데?"라고 되물을 수 있는 검증의 눈.
AI와의 대화의 깊이는, 그 사람의 비즈니스 리터러시 수준을 넘지 못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숫자 리터러시 이야기다. 크리티컬 넘버 — 전 직원의 몸에 새겨지는 숫자 하나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일선 직원의 60% 이상이 손익계산서를 읽지 못하고, 약 70%는 이익과 현금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며, 절반은 회사의 목표를 하나도 말하지 못한다. 목표를 모르는 직원은 열심히 일해도 잘못된 방향으로 일하고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 직원에게 회계 교육을 시키자는 말이 아니다. 방법은 훨씬 단순하다.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와 KPI를, 조직 구성원 각자가 매우 직관적으로, 그리고 폭넓게 체감하고, 손쉽게 기억할 수 있는 숫자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크리티컬 넘버(Critical Number)라 부른다.
좋은 크리티컬 넘버의 조건은 네 가지다. 측정 가능할 것, 관리 가능할 것(직원의 행동으로 움직일 것), 직관적으로 이해될 것, 그리고 내 일과 연결될 것. 매출총액은 크리티컬 넘버가 되기 어렵다. 결과이지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폐기율, 미수금 잔액, 라인 가동 시간은 다르다. 직원의 오늘 행동이 그 숫자를 움직인다.
중소기업 경영자라면 이것을 잘해야 한다. 아니, 이것 하나만 잘해도 된다. 직원들에게 잔소리를 반복하며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고, 굳은 표정으로 심각성을 연기할 필요도 없다. 작은 조직의 장점이 무엇인가. 숫자 하나가 전 직원에게 가 닿는 데 하루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기업은 숫자 하나를 말단까지 내려보내는 데도 다단계 보고와 회의를 거치지만, 우리는 조회 한 번이면 된다.
그러니 말로 설득하지 말고, 숫자로 구성원 각각의 뼈를 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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