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조직일수록 성과가 안 나는 이유
진정 일이 많아서 바쁜가.
아니면, 서로를 이해하느라 바쁜가.
바쁜 조직일수록 성과가 안 나온다. 비즈니스 리터러시가 낮아 소통에 자원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팀워크는 다양성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다양성이 집단지성으로 연결될 때 성과가 나온다. 하지만 다양성은 자동으로 시너지를 만들지 않는다. 퍼실리테이션과 소통이 없으면 다양성은 곧 혼선이 된다.
강한 조직은 사기가 높은 조직이 아니다. 공유된 언어를 가진 조직이다. 가치와 전략, 목표가 명확하고, 그에 맞는 소통의 규칙이 존재한다. 이것이 비즈니스 리터러시다. 우리는 이런 조직을 ‘원팀’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이 언어가 없으면 조직은 빠르게 무너진다. 사람들은 일을 하는 대신 서로의 의도를 해석하는 데 시간을 쓴다. 결국 바쁜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은 변질된다. 팀워크 대신 눈치가 작동하고, 협업 대신 정치가 생존 전략이 된다. 성과는 시장이 아니라 상사의 의중에 의해 결정된다.
요즘 사무실 풍경은 이를 잘 보여준다. 회의실에는 여덟 명이 앉아 있다. 발표자는 설명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메일을 처리하고, 누군가는 카톡을 확인한다. 회의가 끝난다.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가 묻는다. “그래서 결론이 뭐죠?” 이 질문이 나오는 순간, 그 회의는 실패다.
카톡방은 더 복잡하다. 프로젝트 하나에 여러 개의 방이 존재한다. 같은 메시지가 반복되고, 어디에서 결정이 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공유드렸습니다”와 “못 봤습니다”가 반복되면서 같은 설명이 다시 시작된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팀원, 팀장, 임원이 서로 다른 결론을 낸다. 숫자는 같지만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만든다. 다시 맞춘다. 다시 보고한다. 겉으로는 바쁘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이 쌓인다.
많은 조직이 이 상황을 소통 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반대다. 소통은 넘치고 있다. 문제는 언어다. 같은 말을 다르게 이해하는 상태, 그것이 조직의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조직은 서로 다른 계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그래서 소통은 원래 어렵다. 다양성은 자연스럽게 생기지만, 이해는 설계해야 한다.
그 설계가 바로 비즈니스 리터러시다.
비즈니스 리터러시는 조직이 사용하는 언어다. 보고서, 회의, 이메일, 카톡, 협업 도구까지 포함한 일하는 방식의 체계다. 이 언어가 있어야 다양성이 집단지성으로 전환된다.
이 언어는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방향이다. 조직이 어디로 가는지,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공통 이해다. 같은 데이터를 보고도 다른 결론이 나오는 조직은 대부분 방향이 공유되지 않은 상태다.
둘째, 기준이다.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에 대한 합의다. “이 정도면 됐다”의 기준이 다르면 결과물은 계속 수정된다. 보고가 끝나지 않는 이유다.
셋째, 방식이다.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결정하는지에 대한 규칙이다. 회의는 무엇을 결정하는 자리인지, 카톡은 어디까지 쓰는지, 보고서는 어떤 구조로 작성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속도는 나올 수 없다.
넷째, 태도다. 질문과 경청, 그리고 바카라임에 대한 기본 규범이다. 질문이 공격이 아니라 이해를 맞추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때 조직은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 네 가지가 맞춰질 때 조직은 하나의 언어로 움직인다. 비즈니스 리터러시는 용광로와 같다. 다양한 생각이 이 안에서 녹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된다. 온도가 맞지 않으면 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결국 소통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다. 조직의 설계다. 서로 다른 계절을 경험한 사람들이 같은 계절을 이해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비즈니스 리터러시다. 이것이 없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 다른 세상에 살게 된다.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느라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마치, 겨울을 모르는 여름 벌레들이 바쁘게 울어대는 것처럼.
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조직은 의사결정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회의인가, 카톡인가, 특정 개인인가) 동일한 데이터에 대해 경영진과 실무진의 해석이 일관되는가? 주요 의사결정이 문서로 남고 재현 가능한가, 아니면 구두와 메신저에 의존하는가? 이 조직은 현재 실행 속도가 느린 이유가 전략 때문인가, 소통 비용 때문인가?
반복되는 문제나 재작업이 있다면 그것이 역량 부족인가, 리터러시 부족인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우리 조직은 같은 말을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가? 회의 후에 결론과 실행이 명확히 남는가, 아니면 다시 묻게 되는가? 보고서를 보면 사람마다 다른 기준으로 작성하고 있는가, 공통된 구조가 있는가? 조직의 바쁨이
일의 양 때문인가, 아니면 해석과 조율 때문인가? 우리 조직의 문제는 전략 부족인가, 실행 부족인가, 아니면 리터러시 부족인가?
팀장 관점의 질문
내 팀원들은 내가 말한 것을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같은 일을 두 번 이상 설명하거나, 결과물을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가? 회의에서 팀원들이 질문을 하는가, 아니면 눈치만 보는가? 카톡, 메일, 보고서에서 결론과 액션이 명확하게 전달되는가? 팀의 성과가 개인의 역량 문제인가, 아니면 소통 구조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