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하고, 집중하고, 혁신하라
10년 전, 매출 300억 원 규모의 비슷한 제조업체 두 곳이 있었다. 10년 후, 한 회사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다른 회사는 매출 1,400억 원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비상했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으나 10년 뒤의 풍경은 이토록 잔인하게 갈렸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을까.
세상은 무상(無常)하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초 단위로 요동치며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던진다.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며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것은 관리자의 영역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역할은 결이 달라야 한다. 변화의 파고 속에서 본질을 꿰뚫고, 위기를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비상(飛上)'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 결단의 차이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
그 변화의 시작점은 전략적 선택(Retargeting)이다. 경영자는 공격적 혁신부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모든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완벽한 정답을 찾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경영의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적시성'이다. 제한된 시간 안에 올바른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전략적 중요도와 기댓값, 그리고 시간제약에 따른 효율성을 저울질하며 이성과 직관 사이에서 내리는 고독한 결정, 그 선택이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르는 운명선이 된다.
하지만 선택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날카로운 '집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선택한 방향에 맞춰 사람, 조직, 자금을 과감히 재배치(Restructuring)하고, 모든 성과지표를 전략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관성에 젖은 일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Reengineering)해야 한다. 개선을 통한 작은 성공이 반복될 때 구성원은 비로소 전략을 신뢰하기 시작하며, 이 신뢰와 개선의 축적이 결국 혁신을 완성한다.
10여 년 전, OEM 생활용품 제조사인 A사와 B사는 모두 업계의 유망주였다. 매출 3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두 기업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A사의 소유 경영자는 회사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현금화를 선택했고, B사의 소유 경영자는 현장을 발로 뛰며 실무를 익힌 2세 경영인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미래를 베팅했다.
A사에 취임한 전문경영인은 단기 성과라는 숫자에 집착했다. 내부 역량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시장 유행을 좇는 전형적인 '미투(Me-too) 전략'에 매몰되어 자사 브랜드 론칭과 중국 진출을 서둘렀다. 기초 체력 없는 확장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수십억 원의 자본은 신기루처럼 증발했고, 회사의 버팀목이었던 우량 OEM 고객들마저 등을 돌렸다. 뒤늦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경영인이 제조 전문성 회귀를 선언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으나, 주인이 바뀐 뒤 또다시 반복된 준비 없는 미투 전략은 결국 회사를 파산의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
반면 B사의 경영자는 판을 읽는 눈이 달랐다.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예견하고 일찌감치 글로벌이라는 더 큰 바다로 눈을 돌렸다. "국내 시장이나 잘 지키라"는 안팎의 냉소와 만류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기업 출신 핵심 인재를 영입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춘 대규모 설비 투자를 10년간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글로벌 고객사의 까다로운 현장실사(Audit)를 통과하기 위해 전 공정을 자동화·고속화했고, 물류와 품질 관리 체계를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임직원 휴게 공간까지 글로벌 기준으로 개선하며 기업의 '격'을 높였다. 대표이사가 직접 전 세계 박람회를 누비며 개척한 유통망은 거대한 결실로 돌아왔다. 지난해 B사는 영업이익률 10%를 상회하는 매출 1,400억 원의 글로벌 톱티어 제조업체로 당당히 우뚝 섰다.
기업의 성공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변화를 포착한 전략적 선택, 철저한 자원 집중, 그리고 멈추지 않는 방식의 혁신이 만든 합작품이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어느 길이 맞는지 보일 때가 있다. 지금 경영자가 내리는 결정 하나가 '같은 출발, 다른 10년'의 서막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은 무능이며, 자원 재배치를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다. 경영자는 변화의 신호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야 한다. 그래야 남을 따라가는 미투 전략이 아니라, 성장에 이르는 '나만의 길'을 열 수 있다. 9980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새로운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혁신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 용기 있는 선택만이 다른 10년을 약속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회사의 성장은 시장 성장 덕분인가, 아니면 구조적 경쟁력 덕분인가?
경영진은 단기 매출 확대보다 장기적 경쟁우위를 만드는 데 자본을 배분하고 있는가?
이익률 개선이 가격 인하·비용 절감 같은 일시적 효과인지, 운영 혁신의 결과인지 확인했는가?
핵심 고객·제품·시장에 대한 집중 전략이 명확한가, 아니면 유행을 따라가는 미투 전략인가?
현재의 성장 모델이 5~10년 뒤에도 지속 가능한 구조인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우리는 지금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가, 아니면 먼저 방향을 바꾸고 있는가?
선택한 전략에 맞게 사람·조직·자금이 실제로 재배치되고 있는가?
기존 방식을 유지한 채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조직의 핵심 경쟁력은 브랜드인가, 제조인가, 유통인가, 기술인가? 그것에 충분히 집중하고 있는가?
지금의 의사결정이 3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에도 옳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가?
팀장 관점의 질문
우리 팀의 업무 방식은 전략 변화에 맞춰 실제로 바뀌고 있는가?
조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일과 실제 평가·보상 기준은 일치하는가?
반복되는 문제를 사람 탓으로 돌리는가, 아니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는가?
팀원들은 변화의 이유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지시에만 반응하는가?
작은 성공 경험을 빠르게 만들고 조직에 확산시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