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이 회사를 망친다

독이 되는 긍정의 조직 심리

by조병묵

우리가 사무실과 현장에서 매일 맞이하는 현실은 ‘긍정의 심리’ 없이는 견디기 힘들다. 끝없는 일거리, 어긋나는 팀워크, 까다로운 고객까지 어느 것 하나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긍정’을 온라인 게임 생활 최고의 지혜로 가르친다.


하지만 문제는 긍정 그 자체가 아니다. 긍정을 이유로 ‘판단’을 멈추는 순간, 그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워진다. 특히 의사결정이 특정인에게 집중된 중소기업에서 ‘긍정’은 종종 ‘수동성’이라는 가면을 쓴다. 오너가 중간관리자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일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자기 생각이나 비판을 보태는 일을 ‘쓸데없는 짓’이라 여긴다.


결국 “대표님 생각이니 괜찮겠지”라는 근거 없는 긍정 뒤로 숨어버린다.

이때 긍정은 협조가 아니라 ‘사고의 중단’이다.


이런 ‘독이 되는 긍정의 조직심리’는 대가가 혹독하다. 신제품 개발 회의를 떠올려 보자. 경영자가 특정 기능이나 성분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 품질팀은 안정성 문제를 예견하고 마케팅팀은 시장성을 의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다.


“좋은 방향입니다.”

“문제없습니다.”


가짜 긍정이 낳은 제품은 결국 고객 클레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경영자는 구성원들이 무바카라임하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그 무바카라임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낳은 산물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사고(Groupthink)’의 함정이라 부른다.


강력한 리더가 존재하는 집단에서 구성원들이 화합을 위해 비판적 사고를 포기할 때, 조직은 재앙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우리가 팀으로 일하는 이유는 협업의 집단지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구성원 간의 차이를 다양성이라는 용광로에 녹여낼 때 조직은 강철처럼 단단해진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리더의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능력이다.


퍼실리테이션은 일의 목적과 기한을 염두에 두고 일과 사람을 조정하면서, 서로가 유기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하지만 리더가 퍼실리테이터가 아닌 ‘지휘자’의 역할만 고집할 때, 조직은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만 기다리게 된다. 자율성은 사라지고 속도는 느려진다.


중간관리자가 진정한 퍼실리테이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통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입을 닫게 만드는 지시가 아니라, 생각을 열게 하는 질문으로 경청하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아는 것’을 확인하는 대화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드러내는 질문이 필요하다. 회의에서 “이건 다들 아시죠?”라는 말이 나오면 위험 신호다. 이는 침묵을 강요하는 확인 절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집단지성은 서로의 빈틈을 인정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공유할 때 누락된 리스크를 확인하고 새로운 관점을 채울 수 있다.


둘째, 질바카라이 아니라 질문으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 안 됐어?”라는 질바카라은 상대를 위축시키고 수동적인 복종만을 낳는다. 반면 “이걸 잘되게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은 상대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세운다. 질바카라은 과거에 머물게 하지만, 질문은 미래를 향해 사고를 정리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힘이 있다.


셋째, 일의 맥락과 가치를 공유하는 질문으로 열정을 끌어올려야 한다. 단순히 과업을 완수하라는 명령은 영혼 없는 ‘예스’만을 부른다. 대신 “이 일이 잘되면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라고 물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일의 의미를 스스로 깨달을 때, 구성원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노동자가 아니라 가치를 창조하는 파트너로서 함께 움직인다.


근거 없는 수동성에 기반한 예스맨의 긍정은 협업의 집단지성을 하락시킨다. 많은 경영자가 “우리 직원들은 왜 이렇게 수동적인가?”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먼저 물어야 한다. 그들의 입을 닫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이제 구태의연한 ‘예스맨’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스맨이 많은 조직은 편안하다. 갈등이 없고, 회의는 빠르게 끝난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회사를 망친다. 이제는 질문이 살아있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판이 허용되고, 다른 생각이 존중받는 조직이다.


독이 되는 긍정에 취하기보다, 구성원의 입을 여는 퍼실리테이터의 질문 기술이 당신에게 필요하다.

작아서 좋은 것도 많다. 내가 변하면 조직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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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는 특정 오너나 대표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가? 중간관리자들이 경영진의 판단에 대해 건설적으로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있는가? 신제품 개발, 품질, 고객 클레임 등 주요 리스크가 회의 과정에서 사전에 드러나는 구조인가? 구성원들이 “대표님 생각이니 괜찮겠지”라는 태도로 바카라임을 회피하고 있다면, 이는 투자 후 밸류업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는가? 이 회사의 리더들은 지시형 관리자인가, 아니면 구성원의 의견을 끌어내는 퍼실리테이터인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나는 구성원의 침묵을 ‘동의’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회의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정말 문제가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말해도 소용없다고 느끼기 때문인가? 내가 반복적으로 결정을 번복하거나 현장의 판단을 무력화한 적은 없는가? “왜 안 됐어?”라는 질바카라보다 “잘되게 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지고 있는가? 우리 조직의 긍정은 실행을 돕는 긍정인가, 아니면 사고를 멈추게 하는 독이 되는 긍정인가?


팀장 관점의 질문


나는 대표나 임원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에 머물고 있는가, 아니면 현장의 집단지성을 끌어내는 사람인가? 팀원들이 나에게 문제, 우려, 반대 의견을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가? 회의에서 “다들 아시죠?”라고 확인하는 대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고 있는가? 팀원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방어적으로 반응하는가, 아니면 더 나은 실행을 위한 정보로 받아들이는가? 나는 팀의 예스맨 문화를 강화하고 있는가, 아니면 질문이 살아있는 조직으로 바꾸고 있는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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