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or not to be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by조병묵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문득 등 뒤를 서늘하게 만드는 질문 하나가 발목을 잡는다. “우리는 왜 이 미친 듯한 질주를 멈출 수 없는가?” 답은 냉혹하다. 기업은 경제 생태계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성장하느냐(To be), 아니면 도태되어 사라지느냐(Not to be). 아이가 세포 분열을 하며 성인으로 자라나듯, 기업 역시 성장을 멈추는 순간 노화와 죽음이 시작된다. 내가 제자리에 머물겠다고 다짐하는 사이, 옆 레인의 경쟁자는 나를 추월해 나간다. 시장의 법칙은 자비가 없다. 멈춰 선 유기체는 그저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래서 경영자에게 성장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본원적인 ‘비명’이자 ‘몸부림’이다. 매년 사업 계획서에 써넣는 ‘전년 대비 목표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조직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맥박이다. 그렇다면 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우리를 승리로 이끌 지도는 어디에 있는가?


1.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외부의 근육을 이식하라

내 세포가 분열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스스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가장 과감한 돌파구는 ‘외부 세포 이식’이다. M&A로 대변되는 비유기적 성장은 내 몸의 근육을 키우는 대신, 이미 완성된 근육을 통째로 붙이는 방식이다.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는 밸류체인의 혈맥을 잇는 일이다. 육가공 공장이 원재료 공급사를 삼키거나 유통 플랫폼을 손에 넣는 순간, 중간 마진이라는 거품은 빠지고 수익률이라는 근육이 붙는다. 수평 계열화(Horizontal Integration)는 옆 레인의 경쟁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점유율 2위 기업을 합병해 시장의 심판관이 되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물류와 마케팅의 비효율을 단칼에 잘라낸다. 비관련 다각화는 우리 안의 ‘핵심 역량’이라는 엔진을 다른 차체에 얹는 도전이다. 19세기 전구를 만들던 GE가 전동기의 '전기 제어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기(MRI) 시장의 포식자가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단, 주의해야 한다. 이 이식술에는 반드시 두 개체 간에 ‘관리적 시너지와 전략적 시너지’라는 적합성이 필요하다. 관리 비용을 줄이는 운영의 묘와 시장을 공유하는 전략의 결합이 없다면, 비유기적 성장은 그저 비대한 비계 덩어리에 불과할 뿐이다.


2. 유기적 성장(Organic):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는 정밀 수술

또 다른 성장 전략은 내 안의 엔진 출력을 높이는 유기적 성장이다. 유기적 성장은 기존 제품으로 기존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한 ‘시장 점유율 경쟁 전략’, 기존 제품으로 새로운 고객을 공략하는 ‘고객 확장 전략’, 신제품으로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 확장 전략’으로 나뉜다.


먼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세 가지 ‘정밀 수술’을 제안한다.


첫째, 데이터라는 렌즈로 ‘깔때기(Funnel)’를 수리하는 것이다. 고객이 우리를 알고 구매에 이르는 여정인 AARRR은 곳곳이 구멍 난 깔때기와 같다. 온드·언드·페이드 미디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입구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병목 구간을 뚫고 마지막 단계인 전환율(Conversion Rate)을 높이는 일이다. 장바구니에 담긴 채 잠든 상품에 ‘라스트 쿠폰’이라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라. 그것이 데이터 경영의 본질이다.


둘째, 코스트 리더십(Cost Leadership)의 선순환이다. 단순히 싸게 파는 동네 장사가 아니다. 공정 자동화로 짜낸 마진을 마케팅과 가격 인하라는 무기로 치환해 경쟁사의 고객을 ‘탈취’해오는 공격적인 전쟁의 기술이다.


셋째, 고객의 심장에 ‘동경’을 박아 넣는 브랜딩이다. 이제 고객과 친구가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젠틀몬스터나 탬버린즈를 보라. 그들은 제품을 팔기 전, 감각적인 공간과 전시로 ‘동경의 세계’를 먼저 구축한다. 고객이 우러러보고, 그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게 만드는 ‘독보적 페르소나’만이 압도적인 프리미엄을 보장한다.


3. 유기적 성장(Organic):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영토로

기존 사업이 단단해졌다면 이제 세포 분열을 통해 고객과 제품을 확장해야 한다.


고객 확장을 통한 성장 전략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거나, B2B 기업이 B2C 시장으로 유통을 넓히는 것이다.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에 매장을 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제품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발을 디디는 시장 개척 전략이다. 신시장 개척은 지도를 넓히는 것만이 아니다. 익숙한 제품으로 ‘낯선 고객’을 찾아내는 감각이다. ‘할매니얼’ 열풍으로 2030 세대의 오픈런을 불러온 약과와 양갱을 보라. 타깃을 날카롭게 재정의하는 순간, 시장은 무한히 팽창한다.


모방이 쉬워진 세상에서 신제품 출시만큼 중요해진 것이 바로 브랜딩이다. 리브랜딩은 가장 영리한 신제품 출시 전략이다. 낡고 오래된 등산복 브랜드가 ‘힙’한 라이프스타일 웨어로 변신해 MZ세대의 일상을 파고드는 것처럼, 브랜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신제품은 연구소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재해석’에서도 탄생한다.



당신의 머릿속에는 어떤 ‘성장의 지도’가 있는가?


글을 마무리하며 9980 경영자 여러분께 묻는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는 1년 후, 3년 후의 영토가 그려져 있는가? 무작정 열심히 뛰기만 하는 리더는 결국 탈진한다. 하지만 성장의 메커니즘을 꿰뚫고, 데이터를 통해 깔때기를 수리하며, 고객에게 동경의 메시지를 던지는 리더는 성장의 고통마저 즐긴다.


성장은 우연히 찾아오는 로또가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선택의 합’이다. 당신이 오늘 선택한 지도가, 내일 우리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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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점의 질문

“이 기업은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인가?” 이 기업의 성장은 유기적(Organic)인가, 비유기적(Inorganic)인가? 그 비중은 지속 가능한가? 성장의 원천은 구조적 경쟁력인가, 일회성 기회인가? Funnel(AARRR) 상 가장 큰 병목은 어디이며, 그것이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매출은 원가 경쟁력 기반인가, 마케팅/할인에 의존한 착시인가? 이 기업은 확장 시 핵심 역량을 다른 시장/제품으로 전이할 수 있는가?


경영자 관점의 질문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리는가?”


향후 3년, 우리는 시장점유율 / 고객확장 / 제품확장 중 어디에 집중하는가? 우리는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가? 현재 Funnel에서 가장 돈이 새는 구간은 어디이며, 어떻게 막을 것인가? 원가 절감 → 재투자 → 점유율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존재하는가? 우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갖고 싶은 존재(동경)’인가?


팀장 관점의 질문

“왜 실행이 안 되는가?”


우리 팀이 바카라임지는 핵심 KPI는 무엇이며, 최근 개선된 지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담당한 Funnel 단계에서 전환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인가? 의사결정은 데이터 기반인가, 경험/감 기반인가? 실행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 / 프로세스 / 의사결정 중 무엇인가? 목표 대비 실행률이 낮다면, ‘하지 못한 것’의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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