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이는 말 : 자신을 제일 사랑해야 되는 거예요

2강. 말을 다시 배웠습니다

by봄아범


요즘 어떻게 지내?


저는 이 질문이 무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결혼식이나 동창들과의 모임에서 근황을 묻는 가벼운 말에 얼굴과 몸이 굳었습니다. 전형적으로 흘러가는 대화의 양상을 버티기가 힘들었으니까요. 상대방은 타인의 ‘신랑, 신부 입장!’을 지켜보며 ‘만나는 사람은 있냐’는 뜻으로 말을 시작하여 ‘너는 언제 장가가냐’며 ‘결혼과 죽음은 최대한 미루라’며 ‘그래도 아이를 낳을 거면 빨리 결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같은 시대를 통과한 친구들은 ‘아나운서는 얼마나 버냐’며 ‘꿈을 이루었으면 된 거 아니냐’며 ‘그래도 4대 보험은 보장되지 않냐’며 ‘그 정도면 충분히 좋은 거라’며 ‘그나저나, 요즘 재테크는 어떻게 하고 있냐’는 말을 맥주를 삼키며 뱉었습니다. 저는 질문에 답을 하지도, 상대방의 근황을 제대로 듣지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행진 후에 기념사진을 찍는 신랑과 신부보다 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직하려는 온라인 게임의 면접에서 연거푸 떨어지면서 더 낮아진 자존감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출산을 한 대학과 회사의 동기들이 자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슬그머니 만남의 횟수를 줄였습니다. 주말에 행사나 강의 일정이 잡히면 반가웠습니다.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축의만 보내거나, 메시지로만 소통할 수 있었으니까요. ‘감기에 걸렸다’는 거짓말로 예비 신랑에게 미안함을 말하다가 정말 콧물이 멈추지 않았던 적도 있습니다. 말이 씨가 된 것이 안타까운 건지, 친구에게 진실을 말해서 다행인 건지 모른 체 주말 내내 연신 코를 풀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렇게 불편하게 들었던 질문을 제 아이에게 매일 던질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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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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