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강. 말을 다시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말을 하면서 어느 곳을 보십니까.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저는 입만큼 눈이 바빴습니다. 연출을 하는 프로듀서의 표정과 입을 놓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문자창에서 소개할 사연을 고르고,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이 나가야 할 시각을 시계로 확인했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도 저의 시선은 여러 곳으로 향했습니다. 질문이 출력되어 있는 원고를 파악하다가, 저와 나란히 앉은 상대방의 옆태를 보다가, 정면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를 응시하고 ‘보이는 라디오’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일을 하는 햇수가 쌓이면서 저는 말을 하거나 듣는 동안 온전히 상대방을 바라보는 일이 어려워졌습니다. 아내와 차 한 잔을 마실 때도 커피가 들어있는 잔에 시선을 두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은행 잎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자기는 어디를 보는 거야?’라고 묻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저는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시선을 뗄 수 없는 존재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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