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말로 무너졌습니다
회의는 긴장이 필요한 일이다. 정해진 시간보다 5분 정도 일찍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주제와 안건을 미리 확인하고 의견을 준비해야 한다. 발표자가 된다면 자료를 준비해서 미리 공유하고, 당일에 참석자들 앞에서 내용을 전해야 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면, 회의를 주재하는 부장이나 임원진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야 한다. 회의 자료에 의미 없는 동그라미나 고양이만 그리고 있다가 ‘김지현 씨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말을 들으면 겨드랑이에 땀이 한 방울 흐를 수 있으니까. 생방송 출근길 라디오 진행을 막 마치고 회의에 참석한 나는 ‘ON-AIR’ 불이 켜졌을 때의 긴장을 이어갔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회사의 부서장 회의. 당시 나는 아나운서부장의 업무도 함께 하고 있었다. 출연자의 말을 듣듯이 회의를 주재하는 사장의 인사말을 들었다. 간추린 뉴스를 진행하듯이 부서원들의 지난 한 주간 업무를 보고했다. 앞으로의 부서 운영 방향을 묻는 말에 갑자기 든 생각을 어제부터 준비한 것처럼 대답했다. 다음 부서의 순서로 넘어가면서 얕게 한숨을 쉬었다. 모든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회의를 주재했던 사장이 나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졌다.
“수고 많았어. 그런데, 다른 회사 시험을 봤다며?”
나는 잠시 멈췄다. 그에게 태연하게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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