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말로 무너졌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놀이도 그렇다. 연령대에 맞는 블록이 있다. 이제 막 네 번째 생일이 지난봄(태명)은 아홉 살 형들이 하는 레고를 맞추고 싶었다. 금방이라도 엔진을 울리며 달려갈 것 같은 F1 레고. 경주용 차인 ‘페라리’와 ‘메르세데스’가 서킷을 도는 데 ‘포뮬러 1 팀’이 필요하듯이, 아이가 레고를 완성하는 데 나와 아내의 지원이 필요해 보였다. 저녁 식탁을 준비하는 아내 대신, 내가 아이의 스폰서가 되었다. 시작은 좋았다. 아이는 긴 조각에 위에 짧은 조각을 얹어서 힘을 주었다. 경쾌한 ‘딸깍’ 소리가 나고, 아이의 입에는 미소가 번졌다. 내가 스스로 했다는 쾌감. 열 개의 조각을 열 번 정도만 끼우면 좋았을까. 270개의 조각을 130번 끼워 맞춰야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은 도전이었다. 설명서의 20쪽을 넘어가면서부터 봄의 입꼬리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던지는 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은 아이는 마음대로 안 되는 레고 조각에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허공에 여러 번 팔을 휘두르며 짜증을 뱉어내던 아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이 말했다.
아빠. 도와주세요.
아내와 아이. 세 사람이 정한 규칙을 떠올렸다. 조립은 온전히 봄의 몫이다. 엄마, 아빠는 스티커만 붙여준다. 아이에게 말했다.
“봄이 혼자 하기로 했지? 우선 해 봐. 그래도 안 된다고? 설명서를 다시 보자. 어떤 조각을 모아야 해? 빨강 두 개. 검정 두 개. 찾았어? 찾을 수 있어. 이제 자동차 본체에 끼우는 거야. 본체를 설명서와 반대 방향으로 두고 있잖아. 25쪽을 보자. 그림이랑 똑같이 두고 다시 해볼까. 끼우다가 다른 조각들이 빠졌다고? 그럴 수 있어. 다시 조립하면 되지. 또 안 된다고? 하……. 그러니까 아홉 살 형들이 하는 걸 왜 만든다고 했어. 그림을 봐! 바깥쪽이 아니잖아! 아휴. 이리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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