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노트. 말로 무너졌습니다
어머니. 들깨 순두부는 입맛에 맞으셨나요. 이제 진짜 여름이네요. 나무의 잎도 커지고, 짙어진 초록을 보면서 산바카라하니까 소화가 더 잘 되는 기분이 듭니다. 어쩐 일로 점심을 먹고 걷자고 했냐고요. 가족이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만나는 사이인가요. 맞아요. 사실, 어머니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제가 저에게 서운했던 말은 없었냐고 여쭈어봤죠. 당신은 당신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떠올리셨습니다. 장례식에 찾아오는 친구들도, 성당에서 알게 된 형제님과 자매님들도, 미사와 기도를 해주시는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입관 예절을 동반하는 상조회사 직원들까지 어머니를 위로해 드렸죠. 할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뱉을 때부터 한 줌의 재가 되어 묘원에 모셔질 때까지. 저는 큰 이모께 인사를 드리고, 둘째 이모를 안아드리고, 넷째 이모의 어깨에 손을 얹고, 일본에 있는 다섯째 이모와 통화를 하면서 어머니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습니다. 침묵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말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본 사람조차 따뜻한 말을 건네는 시간 중에 어쩌면 당신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이 간절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 ‘괜찮다.’고.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다.’라고. 아니. 말보다 어머니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눈물을 흘리는 당신을 보며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던 저를 만나고, 또 만났습니다.
저는 당신 앞에서 대부분 듣는 사람이거나 화내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의 새된 소리는 권투의 잽처럼 끊임없이 저를 압박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