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제 코가 없어졌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강의노트. 말로 무너졌습니다

by봄아범


바라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바이러스로 세상이 멈춘 경험을 한 이후로 우리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리를 두었던 사람들은 멀어진 거리를 예전만치 좁히지 못한다. 화상 앱 강의는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는 건지, 모니터를 보는 건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지하철에서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기보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두는 것이 더 편해졌다. 무엇보다, 내가 나를 바라보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손가락만 움직이면 쉬지 않고 재생되는 릴스가 주는 자극으로 우리의 머릿속은 텅 빈 방과 닮아졌다. 스마트폰을 끄고, 나의 말실수를 떠올리려니까 겁이 났다. 어긋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인생이었다. 문제를 틀리지 않으려고 공부를 했다. 원고를 잘못 읽지 않으려고 발음 연습을 했다. 그럼에도 생긴 구멍을 수강생들과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부여한 과제가 나에게 돌아왔다. 이불과 함께 발로 차버렸던 나의 실수들. 부끄러운 감정을 가라앉힌다. 마취에서 깨어난 내가 보였다. 2003년 여름. 나는 거짓말쟁이였다.




나는 도통 집중을 하지 못하는 학생이었다. 바카라상 위에는 항상 미용 휴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조금씩 막히다가 콧구멍이 꽉 닫혀버리면 휴지를 한 장 뽑았다. 반으로 나눈 것을 또 반으로 잘랐다. 돌돌돌. 돌돌돌. 침핀처럼 얇게 말린 휴지를 코에 찔러 넣었다. 조금씩 숨이 쉬어졌다. 셀프 면봉을 만드는 동안 교과서의 진도는 한쪽 이상 앞서 갔다. 뒤늦게 따라잡는 일에 힘이 부쳤다. 이렇게 수험생이 될 수는 없었다.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예약을 한 어머니의 손에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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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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