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트 : 복사, 붙여 넣기가 될 순 없어

1강. 말로 살고 싶었습니다

by봄아범


자주 하는 말이 있으십니까. 가수 이한철이 부른 후에 힘이 필요할 때마다 되뇌는 ‘괜찮아. 잘 될 거야.’ 하루를 마무리할 때 즈음이면 신청곡으로 들어오는 ‘수고했어, 오늘도.’ 저는 그중에서 양희은이 말해서 유행어가 된 ‘그럴 수 있어.’를 입버릇처럼 뱉었습니다. (심지어, 양희은 선생님은 ‘그럴 수 있어’라는 바카라도 출간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수능을 망쳐버리는 세상. 입학 예비 번호는 받았는데, 내 앞까지만 추가 합격이 되는 세상. 연거푸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는 세상. 힘들게 임신 테스트기에 두 줄을 보고,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갔다가 유산 소식을 듣는 세상. 바통을 이어받아 찾아오는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 양희은 선생님의 빨간 뿔테를 떠올렸습니다.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마법 같은 말은 라디오를 진행하는데도 유용했습니다. 시험을 망쳤다는 뒷번호 ‘9213’ 쓰는 분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침을 못 먹고 출근한다는 뒷번호 ‘7234’ 쓰는 분에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수 있죠.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속상하다는 뒷번호 ‘8323’ 쓰는 분에게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수 있죠. ‘그럴 수 있죠.’ 로봇이 되어 방송을 진행하는 아침. 그것만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생방송 중의 문자의 코멘트를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1. 청취자의 말을 ‘기억’했습니다. 문자 검색창 기간 설정을 석 달로 설정했습니다. 고민하는 분의 이전의 문자를 응시했습니다. 그의 말을 꺼내서 답변을 했습니다.
2. 문자 소개에 ‘집중’했습니다. 소개 전에 저의 부연이나, 소개 후에 저의 정리는 사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대한 말의 맛을 살리는데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문자가 전파를 타는 동안, 자연스레 제 답변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3. 역으로 청취자들에게 ‘물었습니다.’ 고민하는 분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 받은 후에 내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마이크를 통해 전해지는 나의 말이 위로가 될까. 저의 짧은 코멘트를 연구하면서 제가 위로받았던 편지를 가방에서 꺼냈습니다. 발성과 발음을 알려드리는 강의를 갔다가 만난 청취자의 편지. 그녀의 문장을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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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꿨던 소년. 2012년부터 종교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제작하는 남자. 2023년부터 가족과의 기록을 남기는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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