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믹스견 누렁이>

by깊은 바다


​1년 전쯤, 새끼를 일곱 마리나 낳아 부담스러워하던 지인분이 잘됐다며 부모님께 한 마리를 보내주셨다.


​대부분의 시골 마당개가 그렇듯 녀석도 제대로 된 산바카라 한 번 못 해보고 자랐다. 게다가 개를 무척 좋아하는 어머니마저 무릎 수술을 하시는 바람에, 누렁이는 꼼짝없이 마당에 묶여 지낼 수밖에 없었다.


​올해 부안으로 발령받은 뒤로, 시골집에 올 때마다 녀석의 산바카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처음 마주한 바깥세상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녀석은 목줄을 매자마자 레슬링 빠떼루 자세로 바닥에 딱 버텼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벌벌 떨며 오줌까지 지렸다.


​간식으로 유혹도 해보고 유튜브를 보며 온갖 방법을 따라 해봤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녀석을 품에 꼭 껴안고 집 밖으로 나갔다. 일단 한 번 바깥 땅을 밟아보면 산바카라의 진짜 재미를 알게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내 예측은 맞았다. 냇가를 따라 걸으며 흙냄새를 맡고, 풀의 촉감을 느끼더니 이내 녀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지금은? 산바카라 가자고 먼저 낑낑거리며 조른다. 이제는 내 차 엔진 소리만 들려도 꼬리를 흔들며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떤다.


​게다가 알면 알수록 참 똑똑하고 착한 녀석이다.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철저하게 실외 배변만 고집하는 깔끔 대장인 데다가, 사냥 본능 대신 다정함을 장착했는지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자기 밥을 나누어 준다. 심지어 요즘은 고양이들이 집안에 들어와 같이 지내기도 한다.


​요즘 유일한 문제라면, 새벽마다 나가자고 깨우는 통에 온 가족의 새벽잠이 다 달아난다는 것이다. ​내가 없을 때 아침 산바카라은 아버지가 맡아주신다. 툴툴거리시면서도 누렁이와 발맞춰 걷는 게 아버지 역시 마냥 귀찮지만은 않으신 모양이다. 워낙 순하고 착한 녀석이라, 이제 어두워지면 마당에서 목줄을 풀어 자유롭게 놓아주기로 했다.


​과거의 상처와 묶임줄의 공포를 딛고, 매일 더 넓은 세상을 배워가는 우리 누렁이. 피곤해도 매일 아침 기분 좋게 눈을 뜨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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