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울 때>

by깊은 바다

그 소리가 언제부터 들렸는지 정확하진 않다. 분명한 건 부안에 살면서 심해졌다는 거다. 어쩌면 전임지이자 집이 있는 목포에서도 그랬는지 모른다.


​부안에서의 밤은 가혹했다. 낯선 잠자리 탓도 있었겠지만, 밤이면 벽을 넘어 들리는 옆집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새벽을 깨우는 아주머니의 거친 욕설이 내 수면을 사정없이 흩뜨려 놓았다. 밤마다 이어지는 선잠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결국 3M에서 나온 빨간 귀마개로 귀를 틀어막았다. 거친 소리로부터 조금이라도 격리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었다.


그런데, ​바깥 음을 차단하자, 왼쪽 귀 깊은 곳에서 아주 작고 가녀린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전에도 간혹 이런 적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잠잠해지려니 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주말에 아내에게 털어놓았다. "귓속에서 자꾸 윙윙 소리가 들리네." 아내는 '이명'이라며 당장 이비인후과에 가보자고 했다. 이러다 귀머거리가 될지도 모른다면서 말이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고 의식하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든가. 아내로부터 병명을 전해 들은 뒤부터 그 소리는 더욱 또렷하게, 그리고 자주 들려왔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준다는 명목으로 월요일에 휴가를 냈다. 우리 부부의 아침은 이비인후과와 안과를 예약하면서 시작되었다. 진료 시작 30분 전에 도착해 접수를 마쳤는데도 대기 순번은 이미 열네 번째였다.


긴 시간이 지나고 마주한 의사는 증상을 꼼꼼히 묻더니 검사를 권했다. 헤드폰을 끼고 소리가 들리면 단추를 누르는 방식이었다. 숨소리처럼 미세한 신호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듣기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만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검사비만 날린 게 아닌가 싶었지만, 내심 흐뭇했다.


​바이오리듬 같은 그래프가 그려진 검사지를 받아 든 의사의 질문은 짐작과 달랐다.


"언제부터 이 소리가 들렸나요?"


"잠을 잘 자지 못하면서부터 그런 것 같습니다."


의사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거냐고 다시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이웃집 소음 때문이라고 답했다. 문득 그 말을 뱉으며 내가 남들보다 예민한 사람인가 싶어 자문해 보았다.


나는 위층 할아버지의 오줌 누는 소리도, 옆집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무던히 넘기는 사람이다. 스스로 꽤 무딘 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단지 옆집 아주머니의 날 선 욕설만큼은 귀에 심하게 거슬렸을 뿐이다.


​"청력의 노화가 많이 진행되었네요. 20년이 지나면 잘 안 들릴 수 있어요."


어차피 20년 후면 할아버지인데...


미세한 음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했던 그 순간에도, 내가 미처 붙잡지 못하고 날려 버린 소리들이 빼곡했나 보다. 의사는 진찰 결과를 설명하며 '노화'라는 단어를 두세 번 더 얹었다. 연거푸 꺼내는 게 무안했는지 나중에는 자꾸 노화라고 해서 미안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의사는 고막 주사를 맞자고 권했지만, 겁이 나기도 했고 푹 자면 나을 것 같아 약만 처방해 달라고 했다.


​의사는 이명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약을 주지 않으면 환자들이 서운해하니, 혈류 개선제와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성분의 약을 주는 것뿐이란다.


이어 찾은 안과에서는 평생을 달고 살아온 알레르기용 안약을 처방받았다. 약국을 나서는데 한 손에 묵직하게 들린 약봉지가 내 몸의 나이이자 삶의 무게 같았다.


​요 며칠 허리 디스크 통증은 극심해졌고, 귀에서는 매미가 울며, 눈은 알레르기 때문에 가려워 비벼대기 일쑤였다. 하루에 두세 시간 겨우 눈을 붙이는 날들이 이어지니,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머릿속은 안개가 낀 듯 멍할 때가 많았다.


​오십이라는 나이의 문턱에 서고 보니, 이제야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말의 무게가 뼈저리게 실감 난다. 쉽게 나을 수 없다는, 멈추지 않는 이 매미 소리. 어쩌면 이 녀석은 남은 생 동안 내가 달래며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그림자 같은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어제부터는 약 때문인지 여명이 밝아 오고 나서야 눈을 떴다. 새벽녘 어렴풋이 옆집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던 것도 같지만 이내 다시 잠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귓속에서는 매미가 운다. 이제 곧 창밖에서도 매미가 울겠지. 장마가 그치고, 진짜 무더위가 찾아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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