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한쪽 벽에 걸린 오래된 벽시계가 시간을 끌고 갔다. 둥근 유리 아래로 검은 초침이 한 칸씩 옮겨 붙을 때마다, ‘착’ 하는 소리가 공기 중에 작은 자국을 남겼다. 소선은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지도, 일부러 외면하지도 않았다. 소파 깊숙이 등을 기대고 앉아, 무릎 위에 얇은 담요 끝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담요의 올이 손톱 아래 걸렸다가 미끄러지며 풀렸고, 그 감각이 몸을 이 방에 붙들어 두었다.
창가로는 겨울 끝자락의 빛이 들었다. 유리창에 붙은 먼지와 물자국이 빛을 조금씩 부수어 거실 바닥에 연한 무늬를 만들었다. 그 무늬가 천천히, 정말 조금씩 이동하는 걸 보며 소선은 숨을 고르게 맞췄다. 냉장고 모터가 한 번 울고 멎었고, 주방 싱크대에서 물방울이 한 번 떨어졌다. 그 소리들이 시계 초침과 섞여 이 집의 오후를 구성했다.
예전의 혼자 있는 시간은 소리가 없어서 무거웠다. 지금은 소리가 있어서 가벼운 쪽으로 기울었다. 소선은 손을 뻗어 소파 팔걸이에 놓인 리모컨을 집었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 마디가 잠깐 굳었다가 풀렸다. TV 화면이 켜지며 푸른빛이 벽을 스쳤지만, 그는 볼륨을 올리지 않았다. 채널이 지나가는 숫자만 빠르게 바뀌었다. 숫자들이 어지럽게 흐르고, 다시 멈췄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한 뒤, 소선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TV를 껐다. 화면이 검게 닫히면서 거실은 다시 시계의 소리만 남았다. ‘착, 착.’ 예전에는 그 소리가 발소리처럼 따라왔다. 집안 어디로 가든, 등을 누르는 손처럼 붙어 다녔다. 그는 그 소리를 피하려고 물을 틀고, 환풍기를 켜고, 괜히 문을 열고 닫으며 더 큰 소리를 만들었다.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초침이 한 번 더 움직일 때, 소선은 눈을 감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빛이 눈꺼풀 대신 볼과 코끝에 닿는 걸 느꼈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미세한 찬 공기가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공기가 지나간 자리로, 아주 옅은 냄새가 뒤따랐다. 오래 접어 둔 종이의 냄새, 나무 서랍의 냄새, 먼지와 천이 섞인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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