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센서등이 켜지는 소리는 늘 같은데, 그날은 유난히 늦게 들렸다. 문밖 복도에서 먼저 발소리가 울렸다가, 자물쇠가 돌아가는 작은 진동이 현관문 전체로 번졌다. 문이 열리며 들어온 바깥 공기는 차갑지 않았지만 젖어 있었다. 겨울 끝자락의 습기 같은 게 코끝에 묻었다. 서현이 신발을 벗는 동작이 평소보다 느렸다. 발뒤꿈치를 빼내는 순간 슬리퍼가 바닥에서 한 번 미끄러져, 고무가 마룻에 문지르는 소리가 짧게 났다.
소선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바카라이 펼쳐져 있었고, 손가락이 한 페이지를 반쯤 넘긴 채로 멈춰 있었다. 스탠드 불빛이 바카라장 가장자리만 밝히고, 나머지 거실은 어둠에 가깝게 가라앉아 있었다. 벽시계 초침 소리가 그 어둠을 긁고 지나갔다. 초침이 한 번 넘어갈 때마다 바카라장의 그림자가 아주 조금씩 이동했다. 소선은 그 이동을 보면서도, 시선은 바카라에 고정한 채였다.
현관 쪽에서 서현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센서등이 위에서 아래로 서현을 눌러 비추는 바람에 그림자는 발끝에서 시작해 거실 쪽으로 미끄러지듯 자랐다. 그림자 끝이 흔들렸다. 어깨가 내려앉은 탓인지, 발걸음이 바닥을 붙잡지 못한 탓인지. 소선은 바카라장을 넘기지 않았다. 넘기면 소리가 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지금 넘기는 동작이 질문처럼 보일까 봐 손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
서현은 겉옷을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천이 접히며 내는 둔탁한 소리가 거실로 퍼졌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도 낮게 났다. 그 뒤로 한숨 같은 숨이 들렸지만, 길지 않았다. 소선은 입안에서 단어 하나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 “무슨 일 있었니?” 같은 형태로 굳어지기 전에, 손가락이 바카라장 모서리를 한 번 눌렀다. 종이의 거친 결이 손끝에 닿자 말은 잠잠해졌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