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의 빛은 늘 그렇듯 일정했다. 거실 벽을 따라 내려오다 멈춘 햇살이 바닥에서 얇게 떨고, 그 위로 먼지 몇 가닥이 느리게 떠다녔다. 텔레비전은 꺼져 있었고, 냉장고 모터가 한 번 길게 울었다가 멎었다. 그다음은 시계 초침 소리였다. 초침이 지나갈 때마다 공기가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듯했지만, 실은 움직이지 않았다. 고여 있는 냄새가 있었다. 세탁이 끝난 섬유 유연제의 흔적과 전날 먹은 국의 냄새, 현관에서 들여온 바깥 공기의 차가운 끝이 한데 섞여 눅눅하게 눌러앉아 있었다.
소선은 소파 끝에 걸터앉은 채로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고, 손가락 마디는 굳어 있지 않았지만 풀려 있지도 않았다. 거실은 정돈되어 있었고, 정돈된 만큼이나 정적이 선명했다. 예전에는 이런 정적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숨을 막아 목소리를 꺼내지 못하게 하던 방식으로. 오늘의 정적은 달랐다. 숨이 막히지는 않았는데, 몸이 먼저 다른 움직임을 요구했다. 앉아 있는 자세가 오래되어 허리에 미세한 통증이 번졌다. 통증이 다가오자 소선은 그제야 스스로가 숨을 얼마나 얕게 들이마시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베란다로 나가는 커다란 창. 커튼이 반쯤 닫혀 있었고, 그 사이로 들어온 빛이 베란다 타일에서 희미하게 반사되어 거실로 번지고 있었다. 손잡이는 멀리서도 반짝였다.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에 가까운 재질인데도, 그 반짝임은 차갑게 보였다. 소선은 그 반짝임을 보며 예전에 손이 창문을 거칠게 밀어 닫던 장면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거칠게 닫히던 소리, 커튼이 한 번 크게 들썩이던 순간, 그때의 공기. 떠올리지 않으려는 몸이 결국 떠올렸다. 귀가 먼저 기억했다.
소선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발바닥이 바닥을 떼며 고무 슬리퍼가 살짝 끌렸다. 발끝이 베란다 쪽으로 향하는 동안,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닥을 훑었다. 햇살이 닿은 부분과 닿지 않은 부분의 색이 달랐다. 닿지 않은 쪽은 더 차갑고, 닿은 쪽은 누렇게 따뜻했다. 그 경계 위로 소선의 그림자가 길게 걸렸다. 그림자가 움직일 때마다, 거실이 아주 조금씩 다른 형태를 보였다. 그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듯, 몸속 어딘가가 또 한 번 움직이라고 밀었다.
창문 앞에 섰다. 손이 손잡이를 잡기 전 잠깐 머뭇거렸다. 손끝은 이미 공기의 성질을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것들을 여는 행위는, 미세하게라도 저항을 동반했다. 소선은 손바닥을 펴서 손잡이를 감쌌다. 피부에 닿는 감촉은 매끈했고, 체온보다 낮았다. 차가움이 손바닥에 붙어 올라오자 손목이 아주 살짝 굳었다가, 다시 풀렸다. 힘을 세게 주지 않았다. 손가락을 쥔 채로, 천천히. 손잡이가 돌아가고, 잠금이 풀릴 때 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소선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지만, 귀는 이미 그 소리를 껴안았다. 이번에는 무언가를 끊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고여 있던 것을 흘려보내기 위한 준비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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