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불을 끄고도 소선은 한 번 더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싱크대에 엎어 둔 유리컵 밑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물방울은 둥글게 매달렸다가, 중력에 밀려 가장자리로 슬금슬금 옮겨갔다. 그는 마른 행주를 펴서 컵 밑을 한번 훑고, 스테인리스 상판을 따라 길게 문질렀다. 금속은 낮에 품었던 온기를 놓치고 차가워져 있었다. 손바닥이 닿는 순간 체온이 빠져나가며 손끝이 서늘해졌다. 행주를 쥔 손가락 사이로 축축함이 조금 남았다.
벽시계 초침이 ‘착, 착’ 하고 집 안의 얇은 틈을 박아 나갔다. 냉장고 모터가 낮게 울렸다 멈추고, 그 뒤엔 바닥이 넓어지는 소리가 남았다. 소선은 슬리퍼를 끌지 않으려 발뒤꿈치를 조금 들고 걸었다. 마룻바닥 위에서 고무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아주 작게 따라왔다. 복도 끝, 서현 방문 앞에서 그는 멈췄다.
문 아래 틈으로 빛은 새어 나오지 않았다. 스탠드도, 휴대폰 화면도 꺼져 있는 밤이었다. 대신 커튼 틈으로 들어온 달빛이 방 안쪽 바닥에 옅은 사각형을 만들고 있었다. 그 사각형은 문턱에서 끊겼다. 소선은 손잡이를 잡았다. 차갑지 않았다. 금속이 한때의 냉기를 잃고, 손바닥에 미지근하게 눌렸다. 예전 같으면 그 미지근함이 어정쩡해 손을 더 빠르게 떼어냈을 텐데, 오늘은 손이 그대로 남았다. 손금이 손잡이의 매끈한 곡면을 한 번 더 확인하듯 미끄러졌다.
경첩이 아주 얇은 마찰음을 냈다. 문이 열리며 방 안의 공기가 복도로 흘러나왔다. 서늘한 공기였다. 밤의 차가움이 방 안에 가라앉아 있었다. 소선은 문을 한 번에 크게 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더 들어갈 만큼만, 틈을 넓혔다. 그 틈 사이로 침대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났다. 이불이 발치 쪽에서 뭉쳐 있었고, 서현은 그 이불을 차 올린 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발목과 종아리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 살이 차가운 공기를 오래 머금은 것처럼 희게 보였다.
소선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발을 내려놓는 속도를 늦추고, 체중을 발바닥 전체로 나눠 실었다. 바닥이 울리지 않게, 숨도 얇게 내보냈다. 의자를 끌지 않았다. 끌리는 소리 하나가 서현의 잠을 찢을 것 같았다. 대신 벽 쪽에 붙어 있던 작은 의자를 두 손으로 들어 침대 옆으로 옮겼다. 나무 다리가 공중에서 흔들리지 않게 손가락을 깊게 감쌌다. 의자를 내려놓는 순간 ‘툭’ 하는 소리가 날까 봐, 손바닥으로 바닥을 먼저 짚고 그 위에 다리를 얹듯 내려놓았다. 의자는 소리 없이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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