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아이를 마주한 밤

by소선
20화. 나를 닮은 아이를 마주한 밤.png




거실 조명이 꺼진 뒤에도 집은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았다. 냉장고 모터가 낮게 웅 하고 돌았다 멈추고, 벽시계 초침이 ‘착, 착’ 하고 바닥을 건너왔다. 창밖에서 늦은 차가 지나가면 소리가 유리창을 얇게 긁고, 그 뒤에 남는 공백이 거실 천장을 더 높게 만들었다.


소선은 물컵을 한 번 헹궈 싱크대에 엎어 놓고, 행주로 상판을 훑었다. 물기 묻은 스테인리스가 손바닥의 열을 빼앗았다. 손끝이 차가워졌다가, 행주를 쥔 손가락 사이에서 다시 미지근해졌다. 정리할 만한 것들이 이미 정리되어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야, 발이 복도 쪽으로 향했다. 발바닥이 마룻바닥을 누르는 압력이 일정해지도록, 슬리퍼의 고무가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를 작게 만들었다.


서현의 방문 앞에 서자, 문 아래 틈으로 빛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스탠드는 꺼져 있을 것이다. 대신 창가 쪽의 달빛이 커튼 틈으로 들어와 바닥에 옅은 사각형을 만들고 있었다. 그 사각형은 복도까지 닿지 못하고 문턱에서 멈췄다. 소선은 문고리를 잡았다. 금속은 차갑지 않았다. 손바닥의 체온이 이미 여러 번 지나간 자리라 그런지, 손잡이는 미지근한 온도로 피부를 받아냈다. 예전에는 그 미지근함이 더 불편했는데, 오늘은 그 온도가 손을 붙잡아두는 쪽으로 작동했다.


경첩이 아주 작은 마찰음을 냈다. ‘끼익’ 같은 소리가 아니라, 얇은 종이를 접을 때 나는 소리처럼 ‘스’ 하고 지나갔다. 문이 열리자 방 안의 공기가 복도로 미끄러져 나왔다. 서늘한 공기였다. 밤이 차갑게 내려앉은 방의 온도. 소선은 문을 한 번에 더 열지 않고, 손가락 하나 더 들어갈 만큼만 넓혔다. 틈을 통해 보이는 침대의 윤곽이 조금씩 또렷해졌다.


침대 위에는 작은 산처럼 이불이 부풀어 있었다. 서현이 웅크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팔과 다리가 이불 속에서 적당한 길이로 펴져 있는 듯했다. 소선은 문을 더 열고 들어갔다. 발을 디딜 때 바닥이 울리지 않게, 체중을 천천히 옮겼다. 방 안에는 종이 냄새가 옅게 남아 있었다. 바카라상 위에 쌓인 공바카라과 프린트물에서 나는 냄새. 종이의 거친 결을 손끝으로 문질렀을 때 남는 가루 같은 냄새가, 공기 속에 희미하게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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