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이 그리운 날

by소선
18화. 어머니의 손이 그리운 날.png




서현이 방문을 닫아두는 밤이 줄어든 뒤였다. 거실 불을 끄고 나서도 소선은 한 번 더 부엌 쪽을 살폈다. 씽크대 위에 뒤집어 둔 컵들의 밑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마른 행주로 훑고, 손바닥에 남는 축축함을 털어냈다. 집 안은 낮에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묘한 정돈으로 조용했다.


서현 방 쪽에서 작은 기침이 들렸다. 한번, 그리고 길게 숨이 끊기는 소리. 소선은 발뒤꿈치를 들고 복도 쪽으로 걸었다. 걸을 때마다 바닥이 아주 얕게 울렸다. 문 앞에서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손바닥에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예전처럼 움찔 물러서지 않았다. 대신 손잡이를 감싼 손가락에 힘을 조금씩 바꿔가며, 문이 내는 소리를 최소로 만들었다.


방 안은 어둡고 서늘했다. 바카라상 스탠드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채, 대기등 같은 작은 빛을 남기고 있었다. 그 빛이 소선의 발등을 미지근하게 덮었다. 이불 속에서 서현의 몸이 작게 흔들렸다. 소선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손등으로 서현의 이마를 쓸었다. 뜨거운 열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온도가 단번에 손목까지 번지는 느낌이었다.


소선은 곧장 부엌으로 돌아가 찬물을 틀었다. 물줄기가 스테인리스에 부딪혀 튀는 소리가 밤에 크게 울렸다. 수건을 적시고 꼭 짰다. 손가락 사이로 물이 빠져나가며 미끄러졌다. 수건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기와, 방금 전 이마에서 느낀 뜨거움이 손 안에서 엉겨 붙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며 소선은 숨을 고르게 했다. 침대 옆에 앉아 젖은 수건을 서현의 이마에 얹었다. 서현은 잠결에 눈썹을 잠깐 찡그렸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숨었다. 소선은 이마에 얹힌 수건이 흘러내리지 않게 손끝으로 모서리를 눌렀다. 거칠어진 손끝이 얇은 수건의 섬유를 건드렸다. 면의 미세한 결이 손톱 밑을 긁고 지나갔다.


서현의 머리칼이 이마에 붙어 있었다. 땀에 젖어 몇 가닥이 끈처럼 달라붙었다. 소선은 그걸 떼어내려다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손바닥이 크고, 손가락 마디가 굵었다. 딸의 머리칼을 만지는 일이, 뜨거운 냄비 뚜껑을 여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손끝을 가까이 가져갔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손바닥에 남는 열감이,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씻었다. 이미 씻은 손이었지만 다시 비누 거품을 냈다. 거품이 손등의 작은 흉터들 사이로 들어갔다 나오며, 피부가 더 거칠어 보였다. 물기를 닦고 돌아와, 이번에는 손끝으로만 조심스럽게 머리칼 끝을 들어 올렸다. 한 가닥이 손가락에 감겼다가 빠졌다. 그 가벼움이 오히려 낯설었다. 소선은 머리칼을 이마에서 멀리 밀어두고,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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