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나는 닮았다

by소선
17화. 아버지와 나는 닮았다.png




아침은 전날 밤의 온도를 거의 지우고 있었다. 거실에서 들리던 서현의 숨이 길어지던 소리, 젖은 소매가 뺨을 스치던 마찰, 스탠드 빛 아래에서 흔들리던 어깨의 리듬은 문을 닫는 순간부터 방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 어둠 속에 정리된 것처럼 가라앉았다. 소선은 기상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떴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겨울빛이 얇게 바닥을 긋고 있었고, 그 선 위로 먼지 입자가 느리게 떠다녔다.


욕실 문을 열자 냉기와 함께 세제 냄새가 먼저 닿았다. 타일 바닥이 발바닥을 짧게 차게 만들었고, 손을 씻기 위해 수도꼭지를 돌리자 금속이 잠깐 더 차가워졌다. 물줄기는 맑고 단단한 소리를 내며 세면대 바닥을 때렸다. 손등에 튄 물방울이 손목 쪽으로 흘러내렸다. 그 물방울이 마르는 속도는 빠르고, 욕실 공기는 일정했다.

소선은 거울 앞에 섰다. 조명을 켜자 얼굴의 선이 한꺼번에 살아났다. 눈 아래 그늘, 미간 사이의 얇은 주름, 입술 끝이 다물리는 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표정이 이미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칫솔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면도 거품부터 꺼냈다. 캔을 눌러 거품을 손바닥에 받는 순간 ‘칙’ 하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거품은 손바닥 위에서 빠르게 부풀었다가, 곧바로 무게를 만들며 손금 사이로 내려앉았다.


턱과 뺨에 거품을 바르자, 피부가 젖은 천으로 덮이는 느낌이 들었다. 거품의 차가운 촉감이 모공 사이로 들어오며 턱끝을 간질였다. 그는 무심코 거울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눈매에 걸렸다. 눈꼬리가 완만하게 올라가는 방식, 눈꺼풀이 반쯤 덮이는 각도, 미간이 좁아지며 주름이 생기는 모양. 어제 서현을 부르며 입술이 단단해지던 순간과 같은 선이, 오늘 아침 거울 속에서 고정된 채로 있었다.


그 선은 낯설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일부러 보지 않던 선이었다. 거울 속에서 눈을 조금 찡그리자 미간이 더 깊어졌다. 고집스럽게 다문 입매가 함께 따라왔다. 소선은 면도기를 집어 들었다. 손잡이의 고무가 손바닥에 밀착되며 손가락 마디가 자연스럽게 굽었다. 그 굽는 방식마저, 거울 속 어딘가에서 이미 본 적이 있는 듯했다.


면도기를 첫 번째로 내리긋는 순간, 거품이 갈라지며 피부가 드러났다. 날이 수염을 베어내는 소리가 ‘삭’ 하고 얇게 났다. 그 소리는 작았는데, 조용한 욕실에서는 과장되게 또렷했다. 소선은 시선을 거울에서 잠깐 떼려다가, 다시 붙였다. 면도기 아래로 드러난 피부가 하얗게 보였고, 그 위에 남은 미세한 붉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조금 돌려 다른 쪽 턱선을 보려 했다. 그때 거울 한쪽 가장자리에서, 아주 얇은 그림자가 붙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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