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의 집은 창문을 닫아둔 채로도 공기가 비어 보였다. 아내가 외출 준비를 하며 남긴 향이 현관 쪽에 얇게 남아 있었고, 서현이 급하게 신발을 끌어 신을 때 생긴 바닥의 긁힘이 문턱 앞에 그대로 있었다. 둘이 나간 뒤 도어락이 마지막으로 ‘삑’ 하고 울리고 문이 닫히자, 남은 소리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냉장고 모터가 낮게 한 번 울고, 거실 벽시계 초침이 착착 박혔다.
소선은 거실 한가운데에 서서 한동안 몸의 무게를 옮기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소음이라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자, 비로소 집의 넓이가 드러났다. 소파는 원래 있던 자리보다 더 멀리 밀려난 것처럼 보였고, 식탁 위에 덮어둔 도라지 볼의 접시는 괜히 크고 둔하게 앉아 있었다. 커튼 틈으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길게 누웠다. 빛의 가장자리는 날이 선 듯했고, 먼지가 그 위에서만 더 잘 보였다.
부엌으로 가려고 한 걸음 옮기다가, 신발장 앞에서 멈췄다. 문을 열지 않아도 안이 비어 있다는 걸 아는 듯한 자리였다. 서현의 운동화 한 켤레가 없고, 아내의 신발이 줄째로 빠져나간 자리에는 공기가 더 차게 고여 있었다. 소선은 신발장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았다. 금속은 얇게 차가웠고, 손바닥에 닿는 감각이 오래 남았다.
거실로 돌아와 창밖을 봤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벨을 눌렀고, 멀리서 택배 카트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소선은 그 소리를 들으며, 집 안의 조용함이 바깥과의 경계가 아니라 자신과의 경계처럼 느껴지는 것을 모른 척했다. 서현이 있을 때는 “숙제 했어?” 같은 말이라도 공기 중에 떠다녔다. 아내가 있을 때는 물을 끓이는 소리, 그릇을 놓는 소리, 전화 통화의 낮은 말들이 집의 모서리들을 채웠다. 지금은 그 모서리들이 드러난 채로 차갑게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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