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엔 네 발자국이 남아

by소선
10화. 그 골목엔 네 발자국이 남아.png




밤이 되면 집 안의 소리는 더 선명해졌다. 냉장고 모터가 한 번 길게 울고, 벽시계 초침이 그 위를 또박또박 걸었다. 서현은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거실에서 리모컨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집었다. 화면의 빛이 손등에 얇게 번졌다. 소선은 부엌 싱크대 앞에서 물기를 훔치다 말고, 젖은 행주를 접어 걸었다. 손끝은 여전히 도라지 껍질의 거친 결을 기억하는 듯 뻣뻣했다.


현관 쪽으로 발이 향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발걸음은 아니었다. 다만 발바닥이 장판을 누르는 감각이, 어딘가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려지지 않았다. 소선은 신발장 앞에 서서 운동화 끈을 만지작거렸다. 끈의 납작한 면이 손가락 마디에 끼였다가 빠졌다. 한 번 비틀고, 다시 풀었다. 그 사이로 공동현관 쪽에서 누군가 들어오는 도어락 비프음이 멀게 들렸다. 금속이 닫히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서현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서현이 문턱을 넘기 전의 발끝이 복도에 걸려 있었다. 소선은 신발 끈을 쥔 손을 놓지 않은 채, 고개를 들었다가 금세 다시 내려 바닥만 봤다. 현관 타일의 미세한 무늬, 모서리에 남은 물기. 센서등이 켜져 하얀 빛이 바닥을 납작하게 눌렀다.


“서현아.”

이름을 부른 뒤에도 손은 신발끈 위에 있었다. 소선은 끈 끝의 플라스틱 마감 부분을 엄지로 문질렀다. 딱딱한 끝이 손끝을 눌렀다.

“잠깐… 나갈래?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러.”


말이 끝나자 현관의 공기가 더 차가워졌다. 서현은 소선을 잠시 바라봤다. 눈동자가 먼저 움직이고, 그 다음에 고개가 따라왔다. 서현의 손은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고, 검은 유리 위로 센서등이 길게 비쳤다. 서현은 대답 대신 신발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외투를 걸치는 소리가 났다. 지퍼가 올라가는 짧은 마찰음이 복도 벽에 닿아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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