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두시간 데이트

by신미영 sopia

비가 촉촉이 내리던 날이었다.


점심 무렵, 남편이 말했다.


“비도 오는데 드라이브도 할 겸, 문의에 짬뽕 먹으러 갈까?”


짬뽕을 좋아하는 나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응, 좋지!”


몇 년째 문의로 출퇴근하는 남편이 자주 가는 곳이라 나도 몇 번 함께 갔던 식당이다. 가격도 부담 없고 깔끔한 데다, 얼큰한 국물 맛도 좋아 가끔 생각나는 곳이다.

문의 가는 길

가는 길에 고은삼거리의 추어탕집을 지나쳤다. 개업 기념으로 두 달 동안 9,900원에 판매한다는 곳이다. 얼마 전 다녀왔는데, 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았지만 남편은 맛이 조금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할인할 때 한 번 더 가야지. 9월 되기 전에.”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비에 젖은 길 양옆의 나무들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 묵직하게 서 있었다.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는 차 두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도 빈자리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짬뽕 두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건장한 남자 손님들이 들어왔다. 한 팀은 미리 예약을 하고 온 듯했다. 다른 테이블의 음식이 먼저 나오고, 곧 우리 짬뽕도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국물 위로 해산물과 버섯, 양파가 듬뿍 들어 있고, 구워서 썬 돼지고기까지 올라가 있었다. 마지막에 송송 썬 대파가 얹어져 있으니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운의 홍콩반점 짬뽕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기도를 드린 뒤 숟가락을 들었다.


얼큰한 국물과 면을 함께 먹으니 속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믹스커피 한 잔씩을 뽑아 들었다. 매콤했던 입안의 맛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듯했다.


“커피 한 잔 마시니까 딱 좋네.”


짬뽕 한 그릇과 커피 한 잔.


그런데 그냥 밥 한 끼를 먹은 것 같지는 않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청남대 쪽으로 조금 더 드라이브를 하자고 했다.


대청호를 끼고 달리는 길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아름답다. 비가 오는 날이라 차도 많지 않아 오히려 여유로웠다.


청남대 초입에 들어서자 노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왔다. 흔히 보던 여러 빛깔의 코스모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비를 머금은 나무들은 더욱 짙어진 초록빛으로 길을 감싸고 있었다. 나는 차창 너머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청남대 가는 길

특별히 어디를 가야 할 것도, 무엇을 해야 할 것도 없었다.


그저 남편과 나란히 앉아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청남대 주차장까지 들어가 대청호도 바라보았다. 물이 넉넉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열리는 듯했다.

청남대에서 바라본 대청댐

호수 위에는 흰 가오리 몇 마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두 시간 남짓한 짧은 데이트였다.


맛있는 짬뽕 한 그릇을 먹고, 비 오는 길을 함께 달리고, 대청호를 바라보다 돌아온 것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남편이 내게 내어준 두 시간.


생각해 보면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노랑코스모스와 익어가는 벼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좋은 풍경을 함께 바라보고, 아무 말 없이 같은 길을 달리는 것.


그렇게 하루의 작은 순간들을 함께 누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행복이 별건가.

하루하루를 즐기며 살면 최고지.


오늘도 그렇게, 우리 둘의 작은 행복 하나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