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는 머리를 잘랐다

by신미영 sopia

호스피스 병동에

마흔셋의 젊은 환자가 들어 왔다.


간세포암이라는 이름보다

아직 너무 젊다는 사실이 먼저 마음에 들어왔다.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였다.

곁에는 아내가 조용히 함께 있었다.


그날 그는 머리를 자르고 싶다고 했다.


조금 길었던 머리를

봉사자가 아주 짧게 잘라 주었다.


“정말 잘 어울리세요.”

“멋지세요.”


우리는 웃으며

그에게 몇 번이고 말을 건넸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나는 애써 웃으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가슴 한쪽이 자꾸만 먹먹해졌다.


우리는 그에게

병든 사람이라는 이름 대신

그저 멋진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머리를 자르는 일은 짧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병도, 죽음도 잠시 내려놓고


그가 다시

자신의 모습으로 서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던 것 같다.


마흔셋.


아직 살아갈 날이

참 많이 남아 있을 것 같은 나이.


그러나 삶은 때때로

우리의 계산보다 먼저

예고 없이 길을 바꾸어 놓는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짧아진 그의 머리가 자꾸 떠올랐다.


멋지다고 말해주길 잘했다.


그 말 한마디가

그날 우리가 건넬 수 있었던

작고 따뜻한 위로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또 배운다.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어쩌면

죽음보다 더 가까이 있는

삶을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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