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는 출근하기 전에 베일의 수령카드를 다시 보았다.
밤에 읽은 숫자가 낮에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어젯밤에는 두 실링을 보고 있었고, 아침에는 그것을 발견한 내 처지를 먼저 생각했다. 입사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서기가 회사의 지급 내역에 의문을 품었다. 그 의문은 회사 밖에서 만난 사람이 건네준 종이 한 장에서 시작됐다.
나는 카드의 날짜와 금액을 별도의 종이에 옮겼다. 원본을 바카라 사이에 넣으려다 다시 꺼내 안주머니에 넣었다. 돌아와서 찾아야 한다면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을 터였다.
거리에 나오자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자기 집 문 앞의 고인 물을 쓸어내고 있었다. 물은 잠시 길 가운데로 갔다가 돌 틈을 따라 옆집 쪽으로 흘렀다. 옆집 사람도 곧 빗자루를 들고 나올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하웰은 난로 옆에 서 있었다. 젖은 장갑을 벗겨 손가락 부분을 하나씩 폈다.
“새집은 어떤가?”
“창문은 있습니다.”
“좋은 시작이군.”
“닫히기도 합니다.”
그가 웃었다.
“그럼 자네 봉급에는 과분하겠어.”
나는 웃으며 외투를 걸었다. 안주머니의 카드를 꺼내 바카라상 서랍으로 옮기고 잠갔다. 하웰은 난로의 문을 닫으며 내 쪽을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카라상에는 전날 끝내지 못한 계산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그것부터 마쳤다. 첫 번째 합계를 내고 다시 계산했을 때 여섯 펜스가 맞지 않았다. 한 줄을 건너뛴 탓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줄을 짚으며 처음부터 다시 더했다.
***
목요일에는 지난주 지급 서류를 묶어 정리했다. 내가 맡은 일 가운데 하나였다. 장부에 적힌 금액과 수령증의 합계를 맞추고, 빠진 서류가 있으면 목록으로 만들어 크로프트 씨에게 넘겼다.
그날도 서류함에는 갈색 종이로 묶인 꾸러미가 있었다. 나는 운송 대금의 영수증부터 꺼냈다. 말 사료비와 창고 수리비가 뒤에 있었고, 녹색 장부에 딸린 지급 수령증은 가장 아래에 묶여 있었다.
서류를 바카라상으로 가져오자 하웰이 고개를 들었다.
“월말 것은 내가 보겠네. 자네는 지난주 것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기 서류를 당겼다. 나는 줄을 풀었다.
베일의 수령증은 쉽게 찾았다. 종이 오른쪽 위에 장부와 같은 번호가 적혀 있었다. 열일곱.
지급 금액은 여섯 실링이었다.
아래쪽에는 에드윈 베일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종이를 창문 쪽으로 조금 기울였다. 이름은 받는 사람을 표시하는 윗줄에 한 번, 수령 확인란에 한 번 적혀 있었다. 아래쪽 이름은 반듯하게 이어 쓴 글씨였다. 성의 마지막 획이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베일은 왼손으로 가위표만 겨우 긋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서류가 거짓이라는 결론이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을 대신해 이름을 적어주는 일은 흔했다.
나는 다른 수령증들을 펼쳤다.
어떤 사람은 이름 대신 십자 모양을 그었다. 그 옆에는 입회한 직원의 머리글자가 있었다. 다른 서류에는 이름을 적고 대리 수령이라고 따로 표시했다. 글씨가 삐뚤어진 것과 반듯한 것도 섞여 있었다.
베일의 수령증에는 별도의 표시가 없었다.
나는 지난주의 현금 출납부도 함께 펼쳤다. 구호금 항목의 합계는 수령증을 모두 더한 금액과 맞았다. 베일의 줄을 네 실링으로 고치면 오히려 두 실링이 남았다. 한 장에 잘못 옮겨 쓴 숫자는 아니었다. 사무실에서는 여섯 실링이 나간 것으로 계산을 마쳤고, 창구에서는 네 실링이 적힌 카드를 베일에게 돌려주었다.
그 둘을 동시에 아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 돈을 내준 사람이었다.
나는 그것을 다른 종이들 사이에 도로 넣고 하웰에게 물었다.
“수령 확인란의 이름은 직원이 대신 써주기도 합니까?”
그는 펜을 들고 있었다. 대답하기 전에 쓰던 단어를 마쳤다.
“그렇지.”
“그럴 때 따로 표시하는 게 원칙입니까?”
“표시는 해야지. 본인이 쓰지 않았으니까.”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하웰이 나를 보았다.
“자네가 묻는 게 규칙인가, 사람이 규칙대로 하느냐는 건가?”
나는 수령증 한 장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누가 썼는지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입니다.”
“지급한 사람에게 물으면 되겠군.”
“그 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면요?”
“얼마나 오래된 건데?”
“지난주입니다.”
하웰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댔다.
“자네는 벌써 그 사람이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정해놨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서류를 발견하고부터 나는 누군가를 추궁하는 대화를 마음속에서 연습하고 있었다. 상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 대화에서 상대가 사실대로 설명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아닙니다.”
“그럼 순서대로 해.”
하웰은 다시 펜을 들었다.
나는 베일의 수령증에서 금액과 날짜, 표시가 없는 서명란을 메모했다.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썼다.
대필 여부 확인.
그 글씨는 내가 방금 전까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작은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작은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날따라 답답했다.
***
열한 시가 조금 지나 크로프트 씨가 나를 불렀다.
그의 방에는 창문이 하나 있었지만 반은 서류장에 가려져 있었다. 남은 빛이 바카라상 한쪽에만 떨어졌다. 바카라상 위에는 봉투가 여러 장 있었고, 찻잔에는 차가 절반쯤 남아 있었다.
나는 지급 서류의 확인 목록을 들고 들어갔다.
“운송비 두 건은 계산이 맞습니다. 수령증이 빠진 창고 수리비 한 건은 내일 도착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목록을 받아 읽었다.
“이건 오늘 정리해놓게. 펜윅 씨가 내일 보실 테니까.”
나는 나가려다 문 앞에서 멈췄다.
“어제 말씀하신 베일 건이 있습니다.”
크로프트 씨는 목록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왜?”
“사망 사실을 확인할 서류가 들어왔습니까?”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필요한가?”
“장부에 사망이라고 적었으니까요.”
“생명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이 아니야. 정기 지급 하나를 끝내는 일이네.”
나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
“어젯밤 에드윈 베일이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어디서?”
“제가 세 든 집에서요. 예전에 회사 창고에서 일했고, 팔십구 년에 손을 다쳤다고 했습니다. 금요일마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있습니다.”
크로프트 씨는 목록을 바카라상에 내려놓았다. 종이 위에 펜을 가로로 놓았는데, 잠시 뒤 다시 집어 들었다.
“자네가 그 사람을 원래 알고 있었나?”
“어제 처음 봤습니다.”
“어떻게 자네 집에 왔지?”
나는 수요일의 저녁 식사를 짧게 설명했다. 빈 접시와 대니얼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사망 기록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렌이라는 이름이 나왔을 때 크로프트 씨는 바카라상 옆 서류장으로 눈을 돌렸다. 나는 어느 칸을 보았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대신 그가 다음에 묻는 말을 기억해두었다.
“그 집을 빌렸다고?”
“이번 주부터입니다.”
그는 잉크병의 마개를 찾다가 서류 한 장을 들었다. 그 밑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집어주지 않고 기다렸다.
“알아보겠네.”
“그럼 사망이라고 쓴 부분은 정정할까요?”
“내가 확인하고 나서.”
“지급 종료도 보류되는 겁니까?”
“그건 별개의 지시야.”
크로프트 씨가 말했다.
“자네가 그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회사가 계속 돈을 줘야 하는 것은 아니네.”
그는 어제보다 차분했다. 나는 그에게서 어떤 기색을 읽으려던 생각을 그만두고 질문의 순서를 되짚었다. 그는 내가 만난 남자의 나이나 생김새를 묻지 않았다. 수령카드를 보았느냐고도 하지 않았다.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일 가능성보다, 그 사람이 내 집에 어떻게 왔는지가 그에게는 먼저였다.
그것만으로 그가 거짓말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사망 통보를 받아 적었을 뿐인 사람에게 집 이야기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물어볼 만했다.
“저도 지급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건 압니다.”
“그러니 없는 권한으로 약속을 하지는 말게.”
나는 베일에게 했던 대답을 떠올렸다. 베일에게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를 설명하는 말이었다. 이 방에서는 그 범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뜻이었다.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잘했군.”
그는 다시 확인 목록을 집었다.
나는 아직 두 실링을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꺼내면 회사의 지급액과 베일의 말을 대립시키게 될 터였다. 어느 쪽에 무엇이 빠졌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크로프트 씨에게 감추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생각 가운데 어느 것이 내 침묵을 더 잘 설명하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분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크로프트 씨는 목록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눌렀다.
“들었네, 모로.”
나는 방을 나왔다.
***
하웰은 내가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자기 앞의 종이를 내게 밀어놓았다. 잉크가 번진 수령증이었다.
“이 숫자가 팔인지 삼인지 보겠나?”
나는 창문 가까이 가져가 들여다보았다. 앞뒤의 금액을 계산하면 삼이어야 했다. 그러나 숫자 자체는 팔로 읽혔다.
“삼이어야 맞는데 팔처럼 보입니다.”
“나도 그렇군.”
그는 서류에 작은 종이를 끼웠다.
“돌려보내야겠어.”
“합계는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쓴 숫자가 되잖나.”
나는 그에게 수령증을 돌려주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방 안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웰은 서랍에서 종이 꾸러미를 꺼냈다. 오늘도 빵이었다. 그는 끈을 풀다가 내 쪽을 보았다.
“자네가 만난 사람이 어제 이름을 지운 그 사람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가 들렸습니까?”
“전부는 아니고.”
그가 빵을 나눴다. 나는 이번에는 받기 전에 말했다.
“오늘은 밖에 나갈 생각입니다.”
“걷는 동안 먹으면 되지.”
그는 작은 쪽을 내 앞에 놓았다.
“렌 씨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분에 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주소를 알려주셨을 때는 말씀을 안 하셨지요.”
“예전에 여기 서류를 맡았어. 자네가 앉은 바카라상도 썼지.”
나는 바카라상 표면을 보았다. 왼쪽 모서리에 칼자국이 있고 오른쪽 서랍이 조금 처져 있었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그때 처음 그 흔적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회사 직원이었습니까?”
“오래 일했지. 나중에는 집으로 서류를 가져가기도 했고. 몸이 나빠진 뒤였어.”
“어떤 서류였습니까?”
하웰은 빵을 한입 먹고 삼켰다.
“내가 보지 않은 것까지는 모르네.”
“베일 씨의 일도 알았습니까?”
“그 이름은 기억해. 자세한 사정은 몰라.”
그의 말은 계속 짧았다. 나는 그것이 경계 때문인지 실제로 아는 것이 적어서인지 판단하려 했다. 하웰이 내 표정을 보고 빵을 내려놓았다.
“모로, 내가 자네에게 도움이 되는 대답을 골라주고 있는 게 아니야. 기억나는 것을 말하는 거지.”
나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과까지 할 일은 아니고.”
그는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종이 위로 털었다.
“여기 오래 있었다고 모든 일을 아는 건 아니야. 오래 있으려면 자기 일부터 끝내야 할 때도 있었어.”
나는 그 말을 전날의 침묵과 연결했다. 크로프트 씨가 내 의자 뒤에 손을 올렸을 때 하웰은 종이를 넘겼다. 그가 모른 척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하웰에게 잃을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그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집에 아이가 하나였네. 지금은 셋이고.”
“이 일을 그만두라는 뜻입니까?”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면서 시작하지는 말라는 뜻이야.”
그는 빵을 다시 들었다.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으면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부터 물어봐. 자네가 궁금한 것과 그 사람이 필요한 것은 다를 수 있으니까.”
나는 베일이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이번 금요일은요. 돈도 다시 받을 수 있습니까.
나는 빵을 싸두고 수령카드를 다시 펼쳤다. 돈은 매주 지급되었다. 이 집의 조건도 매주 수요일이었다. 렌은 회사에서 서류를 맡았고, 집을 내준 뒤에도 베일이 찾아올 자리를 유지했다. 회사는 그 집의 약속을 아는 듯했다.
베일에게 주지 않은 두 실링이 집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었다. 저녁 한 끼를 마련하고 방을 비워두는 데에도 돈은 들었다. 그렇다면 지급 담당자에게 어느 주의 일을 기억하느냐고 묻기 전에, 그 돈을 받았을 사람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렌 부인을 만나보겠습니다.”
“어디 사는지 아나?”
“계약서에 주소가 있습니다. 자매분 집에 머문다고 했습니다.”
“그럼 늦지 않게 다녀오게. 오후에 창고 쪽 사람이 올 거야.”
하웰은 내 바카라상에 놓인 지급 서류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이것은 다시 묶어두겠네.”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대답 대신 끈을 집었다.
서랍에서 베일의 카드를 꺼냈다. 내 메모를 옆에 놓고 한 번 더 비교했다. 날짜는 같았다. 수령카드에는 네 실링, 회사가 보관하는 수령증에는 여섯 실링. 그리고 베일이 쓸 수 없다고 한 이름이 두 번째 종이에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메모를 두 칸으로 나누었다. 한쪽에는 수령증의 이름을 누가 썼는지, 다른 쪽에는 두 실링을 누가 받았는지 적었다.
렌 부인에게는 먼저 두 번째 질문을 할 생각이었다.
하웰이 끈을 묶고 서류 꾸러미를 들어 올렸다. 베일의 수령증은 다른 종이들과 함께 가려졌다. 남은 것은 내가 받아 적은 숫자와 그가 맡긴 카드뿐이었다.
외투를 입고 돌아서자 크로프트 씨의 방문이 열려 있었다.
그는 누군가를 부르려던 것처럼 문턱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든 카드에서 얼굴로 올라왔다.
나는 카드를 안주머니에 넣었다.
“점심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나는 수령증의 서명을 다시 떠올렸다. 반듯하다는 이유만으로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누가 그 이름을 썼는지 확인하기 전에는 그 필체를 잊기 어려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