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죽은 사람의 몫

by송작가


나는 식탁 아래에 둔 손을 바지에 문질렀다. 잉크는 마른 뒤였다. 손톱 밑이 조금 아팠을 뿐 아무것도 지워지지 않았다.

“베일 씨.”

그는 고개를 들었다.

“예전에 펜윅 상회에서 일하셨습니까?”

숟가락이 접시 위에서 멈췄다. 그가 내 얼굴을 보는 동안 나는 내가 아는 에드윈 베일이 여럿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맨체스터는 큰 도시였다. 같은 이름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저녁을 먹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습니다.”

“어떤 일을 하셨죠?”

“창고에서 짐을 받았습니다. 수량을 확인하고 어디에 쌓을지 정했지요.”

“언제 그만두셨습니까?”

그의 시선이 자기 오른손으로 내려갔다.

“팔십구 년입니다.”

나는 장부의 첫 지급일을 기억하려 했다. 해는 기억났지만 월은 확실하지 않았다. 그 공백을 짐작으로 채워서는 안 됐다.

“손도 그때 다치신 겁니까?”

베일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이름을 듣고 어디서 일했는지 물으시더니, 이제 제 손까지 묻는군요.”

“실례했습니다.”

“어디서 제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나는 그에게 차례로 질문을 하면 충분한 사실을 얻은 뒤 적당한 설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식탁 반대편의 사람에게는 낯선 집에 들어와 심문을 받는 일이었다. 나에게만 순서가 있었다.

“저도 펜윅 상회에서 일합니다. 서기입니다.”

베일은 냄비에서 올라오는 김을 잠시 바라보았다.

“렌 부인이 그걸 알고 집을 빌려줬습니까?”

“온라인 게임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왼손으로 감자 하나를 부수고 작은 조각부터 입에 넣었다. 내 온라인 게임을 밝힌 뒤로 대답이 짧아졌다. 나는 다음 질문을 삼켰다.

나는 내 몫을 한 숟가락 먹었다. 탄 냄새를 다 없애지는 못했다.

“소금이 필요합니까?”

그가 고개를 저었다.

잠시 우리는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처음에는 침묵이 불편했으나, 남자가 접시의 가장자리에 붙은 소스까지 빵으로 닦는 것을 보고부터는 말을 시킬 생각이 줄었다. 내게 이 식사는 풀어야 할 일이었고, 그에게는 아직 식사였다.

나는 남은 빵을 그의 쪽으로 밀었다.

“받으시는 돈에 관해서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베일의 손이 멈췄다.

“회사에서 오는 돈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받습니다.”

“그 지급이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그는 나를 보았다. 이번에는 오래 바라보았다.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나는 크로프트의 이름을 말할지 망설였다. 그의 이름을 대면 사실이 더 정확해질 것 같았다. 동시에 내가 한 일을 다른 사람의 말 뒤에 놓을 수 있었다.

“오늘 다음 주 명부에서 이름을 빼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번 금요일은요?”

“이번 금요일 몫도 보류하라고 했습니다.”

베일은 식탁 위에 빵을 내려놓았다. 잘라놓은 면이 아래로 향했다. 그는 그 빵을 엄지로 조금씩 눌렀다.

“잘못됐겠지요.”

“그럴 수 있습니다.”

“나에게 먼저 물었어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베일은 의자에 기대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몸이 식탁에서 조금 멀어졌다. 나는 그가 화를 낼 줄 알았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더 작아졌다.

“무슨 사유랍니까?”

나는 벽시계를 보았다. 분침이 조금 움직여 있었다. 그것을 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사망이라고 기록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빵에서 손을 뗐다.

“누가 죽었다고요?”

“베일 씨가요.”

그의 눈이 식탁 끝의 흰 접시로 갔다가 돌아왔다.

“무슨 착오가 있었겠지요.”

“저도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걸 당신이 적었습니까?”

“네.”

이번에는 짧게 대답했다. 지시를 받았다는 말은 이미 했다. 한 번 더 보태면 내게만 도움이 될 터였다.

베일은 굽은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쌌다. 마치 그 손에 무언가 물어볼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려다보았다.

“내가 살아 있는 걸 보셨으니 됐군요.”

그는 가능한 한 작은 일로 이 문제를 끝내려 하고 있었다. 회사에 찾아가 자신의 몸을 보여주면 끝날 수 있는 착오. 나는 아직 그보다 더 나쁜 설명을 내놓을 근거가 없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쓰면 되겠습니까?”

“기록은 고칠 수 있습니다.”

“돈도요?”

나는 대답을 늦췄다.

그가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신이 정하는 일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그는 남은 빵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아까처럼 먹지는 않았다. 빵을 작은 조각으로 뜯어 접시 위에 놓았다. 나는 냄비의 뚜껑을 열고 남은 스튜를 살폈다.

“조금 더 드시겠습니까?”

“당신 것은요?”

“먹었습니다.”

베일이 내 접시를 보았다. 내 몫은 아직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는 냄비를 들어 둘의 접시에 나눠 담았다. 그쪽에 조금 더 들어갔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차를 끓일 물을 올리는 동안 베일은 빈 접시를 옮기려는 나를 막았다.

손으로 붙들지는 않았다. “그건 잠시만.” 하고 말했을 뿐이었다.

나는 접시에서 손을 뗐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분입니까?”

베일은 나를 보다가 빈 접시로 시선을 내렸다.

“제 아들입니다. 대니얼.”

나는 주전자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십니까?”

“알면 여기서 기다리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꾸짖음보다 피로가 많았다.

나는 차통에서 찻잎을 덜었다. 베일은 자신의 이름에 관해서 물을 때보다 아들의 이름을 말한 뒤 더 지쳐 보였다. 그렇다고 말을 멈추라고 하지는 않았다.

“언제부터 못 보셨습니까?”

“손을 다친 무렵부터요.”

“창고에서 사고가 났다고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네.”

“대니얼도 그곳에 있었습니까?”

베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탁자 아래에 놓인 자기 신발을 보고 있었다.

나는 질문을 거뒀다.

“지금 대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애는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마련해줄 수 있을 줄 알았지요.”

나는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베일은 거기서 멈췄다.

찻물이 끓기 시작했다. 나는 불에서 주전자를 내렸다. 손잡이 밑으로 뜨거운 물이 흘러 손등에 닿았다. 나는 주전자를 내려놓고 젖은 행주에 손을 눌렀다.

베일이 의자를 밀고 일어나려 했다.

“괜찮습니다.”

그는 앉았다.

잠깐의 소동이 지나고 나니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차를 너무 진하게 우리지 않으려고 곧바로 잔에 따랐다. 설탕은 없었다. 베일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그는 원래 넣지 않는다고 했다.

“수요일 일곱 시라는 건 두 분이 정한 겁니까?”

내가 물었다.

“언젠가 돌아오면 여기로 오라고 했습니다. 다른 데서 서로를 찾다가 엇갈리지 않도록요.”

“그 말은 대니얼도 들었습니까?”

그가 나를 보았다.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기다리는 장소가 있다는 걸 아드님도 알고 있는지 묻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번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 집에 사셨습니까?”

“나는 아닙니다. 렌 씨가 쓰던 곳이지요. 서류를 정리할 때도 있었고, 사람을 만날 때도 있었습니다.”

“집주인 말씀이군요.”

“이삭 렌. 그분이 약속을 지켜주셨습니다.”

베일은 찬장 쪽을 보았다.

“집에 누가 살게 되든 수요일 저녁에는 들어올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분이 죽고 난 뒤에는 부인이 맡았고요.”

“작년에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렌 부인이 접시를 포개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녀는 남편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약속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던 셈이다. 나는 그 약속의 일부를 집세로 흥정했다.

“접시는 왜 비워둡니까?”

“음식을 담아두면 식으니까요.”

베일은 흰 접시를 보았다.

“오면 그때 주면 됩니다.”

나는 그의 대답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빈 접시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였다. 베일은 한 번도 아들이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다.

“지난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을 때에도 그 때문에 기다리셨습니까?”

“그 사람이 밤에는 집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다리면 돌아올 줄 알았지요.”

“밤새요?”

베일이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가버린 다음에 대니얼이 왔다고 해봅시다.”

그는 그 뒤에 아무 말도 붙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생각하는 밤을 잠시 떠올렸다. 아들이 오는 밤. 아들이 오지 않는 밤. 실제로 겪는 것은 늘 두 번째였지만, 집으로 돌아가려면 첫 번째가 생길 가능성을 매번 자기가 버려야 했다.

“다음 날까지 기다리면 못 만날 가능성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베일은 잔을 내려놓았다.

“그렇지요.”

그는 쉽게 동의했다. 내가 틀렸다고 할 자리를 남겨주지 않았다.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의 지급금을 지워놓고 돌아와, 다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합리적인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요.”

베일은 찻잔 손잡이의 금 간 부분을 엄지로 짚었다. 나는 잔을 바꿔주겠다고 했고, 그는 물이 새지 않으니 괜찮다고 했다. 우리는 그 작은 문제에 대해서만 쉽게 합의했다.

***

여덟 시가 지난 뒤 베일이 먼저 일어났다.

그는 빈 접시를 들어 찬장으로 가져갔다. 씻을 필요가 없는 접시였지만 나는 행주로 한 번 닦아 그에게 돌려주었다. 베일은 꽃무늬 접시 밑에 그것을 넣었다. 자기가 놓아두는 자리를 기억하려는 듯 손을 잠시 머물렀다.

“오늘은 가시는군요.”

내 말에 그가 돌아섰다.

“문을 열어주셨으니까요. 늦게라도 그 애가 오면, 내가 다녀갔다고 말해줄 분이 계시잖습니까.”

그는 복도 끝을 보았다.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 애는 약속이 끝난 줄 알 겁니다. 그래서 기다린 거지요.”

“대니얼이 오면 말씀 전하겠습니다.”

베일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아직 그가 보낸 수요일 가운데 하나를 보았을 뿐이었다.

그가 외투를 입는 것을 도와주었다. 왼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지던 베일이 접힌 종이를 꺼냈다.

두꺼운 종이로 만든 수령카드였다. 여러 번 접혀 모서리가 부드러워져 있었다. 표에는 날짜와 금액이 적혀 있었고, 옆에 작은 확인 표시가 있었다.

“내일 회사에서 이것 좀 알아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떤 걸요?”

“돈을 왜 끊는지요. 내가 찾아가면 창구에 있는 사람은 정해진 것밖에 모른다고 합니다.”

“언제 그렇게 말했습니까?”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무슨 말을 물어도요.”

나는 카드를 받아 첫 줄을 읽었다. 펜윅 상회의 이름이 작게 인쇄돼 있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손으로 쓴 것이었다.

“이 성함은 직원이 쓴 겁니까?”

“네. 이 손으론 글을 못 씁니다. 왼손으로 가위표만 겨우 긋지요.”

“이걸 잠시 맡겨도 되겠습니까?”

“내일 돌려받을 수 있으면 됩니다. 금요일에 가져가야 하니까요.”

“읽어보고 확인하겠습니다. 지급을 계속하게 해드리겠다는 약속은 못 합니다.”

“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말투가 거칠지는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받으실 때마다 여기 금액이 맞는지 보십니까?”

“네.”

“금요일에 현금으로 받으시고요?”

“매주 금요일입니다.”

나는 카드에 적힌 숫자에 손가락을 댔다.

“네 실링.”

“그렇습니다.”

“최근에 줄어든 겁니까?”

“처음부터 그만큼이었습니다.”

나는 카드를 한 장 더 넘겼다. 새로 펼친 면에도 같은 숫자가 반복되어 있었다. 네 실링. 그 위의 주도 네 실링이었다.

베일은 내 표정을 보려고 몸을 조금 기울였다.

“뭐가 잘못됐습니까?”

“확인할 게 있습니다.”

나는 문을 열었다. 비는 그쳤지만 길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베일은 문턱을 내려가다 돌아섰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내일도 이 시간에 오시겠습니까?”

“카드만 받으러 오겠습니다.”

그가 모자를 썼다. 나는 그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문가에 서 있었다. 의자 위에 놓았던 빵 보퉁이는 다시 그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문을 닫고 식당으로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이 먹은 자리에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손바닥으로 모았다. 베일의 찻잔 바닥에는 잎 조각이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카드를 다시 펼쳤다.

네 실링이라는 숫자를 다른 뜻으로 읽을 여지는 없었다. 나는 회사 장부의 해당 줄을 여러 번 더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 적힌 금액은 여섯 실링이었다.

두 실링.

나는 작은 종이에 그 차이를 적었다. 그것을 훔친 사람이 있다고 쓰지는 않았다.

누구에게 갔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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