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투르니에 산문집 『짧은 글 긴 침묵』 중
하루종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잇달았다. 이윽고 밤이 되니 이젠 아무도 없다. 마침내 나는 내일까지 혼자다.
불안감이 없지 않은 기쁨을 느끼면서 나는 이 밤의 통과를 준비한다. 거기에는 계시들과 눈물, 육체의 평화 속으로 길고 완만한 변화, 꿈이 보여주는 몽환들, 그리고 몽상의 멍든 감미로움이 가득하리라.
내 밤의 고독은 어떤 엄청난 기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잠든 자의 기대인 동시에 깨어 있는 자의 기대.
밤은 죽음이라는 외피를 쓴 통과이며,
고독은 기대라는 이름의 창조다.
_ 잠든 기대와 깨어 있는 기대
접히는 하루의 가장자리
사람들이 빠져나간 빈 방
모서리마다 번지는 어스름의 띠
불안을 삼킨 기쁨
서늘한 밤은
세상으로부터의 물러섬이 아닌
온전히 나에게로 침전하는 시간
꿈의 해무
어둠의 결을 따라 피어오르는 은은한 온기
떨림으로 되살아나는 해묵은 감각들
동쪽으로 둔 머리
서쪽으로 뻗은 두 발
잠긴 육체 너머
밤의 아득한 지평으로
천천히 닻을 올리는 의식
내 고독의 질감
무거운 기대라는 또 다른 이름
창조를 잉태한 침묵은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내일의 맥박.
스쳐 가는 서리의 입김
어둠 속에서 서서히 돋아나는 은밀한 박동
하나의 밤
겹쳐진 두 개의 시간
잠든 자의 기다림과
깨어 있는 자의 응시
그 서걱한 틈새
바니시 층에 물든
몽상의 감미로움이
지울 수 없는 잔향으로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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