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 창조 그리고 순환
앙리 포시용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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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변환(la transmutation)해서 시작해 변형을 통해 연장된다.
미술은 인간이 신에게 말할 때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라 천지창조의 끊임없는 부활이다.
미술은 형태의 창조인 동시에 재료의 창조이다.
미술은 자신을 위해 일종의 물리학과 광물학을 수립한다.
미술은 사물의 뱃속 깊이 손을 넣어 자신이 원하는 형상을 끌어낸다.
미술은 무엇보다도 장인이고 연금술사다.
초등학교 시절, 그림놀이에 깊이 빠져들었다.
몽상을 손으로 만지며, 물성의 결을 따라 조각하듯 놀았다.
어느 날,
그림에 잠겨 먼 곳을 향해 기쁨에 닿아 있을 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그림은 안 된다.”
그 한 마디는 깊은 자국으로 남았고,
아이러니하게도 금지는 나를 그림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미대 입시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부터 ‘제때’라는 말은 벽이 되었고,
순응과 방황 사이를 오갔다.
세월은 꿈을 앞질렀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끝에서
아버지의 허락을 구했다.
입시를 위해 석고소묘를 시작했고,
조소에 몰입했으며
흙을 만지며 형태를 세우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입시를 통과하면서 다시 평면으로 돌아왔을 때
작업은 길을 잃었다.
긴 어둠의 터널이 앞에 놓였고,
주저 없이 그 길로 들어가 빛을 쫓았다.
그때부터였다.
‘돋음’을 붙들기 시작한 것은.
유년의 감각이 돌아왔다.
종이를 만지고, 구기고, 감촉을 따라 찢었다.
찢는 순간마다
묻혀 있던 감정이 함께 갈라졌고,
그 파열 속에서 묘한 감각이 올라왔다.
캔버스 위에
붙이고,
겹치고,
쌓고,
깎아내리고,
다시 붙였다.
그 과정 속에서
흩어졌던 내가 조금씩 돌아왔으며
표면이 형태에 띠라 솟아올랐다.
가볍던 종이는
겹쳐질수록 밀도를 얻었고,
마침내 스스로 무게를 갖기 시작했다.
변환은 변형을 낳고,
종이는 점점 돌의 표면으로 바뀌어 갔다.
찢고,
붙이고,
쌓는 반복 위에서 형태는 말을 얻었다.
무너뜨리는 손과 쌓아 올리는 손은
다른 힘이 아니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향으로
서로를 완성하고 있었다.
이 돋을새김은
우로보로스—
파괴와 창조의 순환 속에서 태어난
평면의 회화조각이다.
과정은 반복되지만
되풀이되지는 않는다.
매번 처음처럼
나를 다시 작업의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 자리에서
무게를 밀어 올리며
생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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