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어찌도 빠른지. 올해가 벌써 반이나 지났다. 매일 집에서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으니, 그다지 한 게 별로 없다고 여겼는데 돌이켜보면 참 쉼 없이 달려왔다. 하루하루가 특별함으로 반짝이던 날들이었다. 그중에서 손꼽히는 사건은, 아무래도 작가로서 내 이름을 새긴 한 권을 출간을 했다는 일이다. 바카라을 읽는 것보다는 사는 걸 더 즐기는 내가, 일기 한 줄 적지도 않았던 내가. 이과생이라고 자부했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숨겨두었던 감성을 끌어올려 에세이를 쓴다. 어찌어찌 문학이라는 열차에 탑승한 셈이다. 분주하게 바퀴를 움직이며 달리던 이 열차는 어느새 나를 다음 역으로 데려다주었다.
나를 온라인카지노로 이끌어 준 미야쌤 그리고 글빵 연구소. 작년 7월, 중간에 낀 학생이 되어 미야쌤의 글빵 수업을 수강했다. 그곳에서 에세이에 대해 배웠고, 온라인카지노 문우님들을 만나 함께 소통하며 글로 마음을 나눴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다니. SNS를 전혀 하지 않던 나였지만, 온라인카지노에 수시로 들락거렸고 지금은 이곳에서 글을 읽는 것이 하루의 고정 일과가 되었다. 활자의 힘, 온라인카지노의 매력, 그리고 글빵 식구들의 다정함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 것이었다.
글빵의 많은 강의 중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환승의 의미를 담은 글'을 적어보라는 과제가 있었다. 최대한 길게 길게 인생을 곱씹어보면서 문장력보다는 진심을 담아 쓰라는 게 요령이었다. 당시엔 수필 한 꼭지 정도 되는 2000자를 넘겨 쓰는 일도 쉽지 않았던 터라, 숙제를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게다가 내 과거사를 다 꺼내야 한다니. 또 다른 의미의 용기도 필요했다. 결국 다른 작가님들이 제출한 것을 읽고 대충 따라 해야겠다는 못된 심보를 품었다. 그래서 먼저 과제를 작성한 분들이 여럿 나타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며칠이 지나, 아이를 재우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날따라 생뚱맞게 온라인카지노를 들어가 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손목이 약해서 핸드폰으로 뭘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얀 화면 속에 들어있는 글들이 나를 온라인카지노 어플을 누르라고 세게 이끌었다. 그렇게 작가님들의 환승 여정을 하나씩 읽어 나갔다. 밤이 짙어지는 줄도 모르고, 꽤 오랫동안 여러 작가님들의 진솔한 인생사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괜히 곤히 자는 아이 눈치를 보며, 흘러내리는 눈물을 계속 닦았다. 몇 분께는 감성적으로 긴 댓글을 달았다가 곧장 지워버리기도 했다. 원래 밤에 쓴 편지는 줄 수 없는 법이니까.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나의 환승에 대해 한 글자씩 적어나갔다. 그때가 새벽 3시쯤이었던 것 같다.
'다시 안내를 시작합니다.'의 초고를 완성했던 시각에는 이미 해가 떠있었다. 곧 남편이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할 텐데, 그러면 이 시간까지 컴퓨터를 부여잡고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랄 듯했다. 주변인한테 작가를 꿈꾼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던 수줍은 시기였다. 얼추 마무리한 4500자의 글을 온라인카지노에 올리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심장이 콩당콩당 뛰는 소리가 몸 전체를 울렸다. 긴 글을 써냈다는 뿌듯함과 처음으로 내 삶에 대해 누군가에게 길고 긴 문장으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떨렸다.
꽁꽁 감춰둔 걸 모두 다 토해내고 보니, 내가 글을 쓰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밝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부러워하는 소리에 꾹꾹 눌러왔던 장녀의 무게라던가, 갑작스레 아빠를 잃고 가장 역할을 하겠다는 어설픈 다짐 같은 것들. 내 안에 숨겨둔 이야기들이 속닥거리고 있었던 거였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웅성대면서 나를 간질였던 걸 이제야 알아챈 것이다. '환승'이라는 글 한편으로, 나는 정말 자연스럽게 이과생에서 문학도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날 밤, 나를 울리고 또 웃음 짓게 했던 글들이 바카라으로 묶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총 26명의 작가님들이 엮어낸 우리의 이야기들을, 종이에 새겨진 활자로 만나게 될 날이 금방 올 것 같아 또다시 가슴이 뛴다. 나를 태운 이 열차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입 밖으로 감히 내뱉을 수도 없는 목적지를 그려보며, 우리의 운명 열차는 오늘도 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