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백세 되신 시어머니와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손녀가 있다.
“천사가 영원히 사는 약을 개발해서 왕할머니 호박죽에 넣어 드릴 거래요.”
며칠 전, 며느리가 가족 대화방에 올려준 이 문장을 보며 가슴이 울컥했다. 어린 마음에도 마를 대로 마른 왕할머니가 안쓰러웠던 걸까, 아니면 어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던 걸까. 지난 설에 요양원에 계신 왕할머니를 뵙고 왔는데, 아직도 그 기억을 품고 있었다니 손녀의 예쁜 마음이 나를 훌쩍이게 한다.
우리는 요양원 규정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이것저것 챙겨 들고 면회를 하러 간다. 칠 남매나 되는 대가족이라 손자·손녀 차례까지 오기란 쉽지 않다. 어머니께서 손수 업어 키워 주신 정 때문인지 유독 우리 아들딸을 찾으시기에 형제들의 양해를 구하고 다녀오곤 한다. 그날도 증손녀인 천사는 왕할머니께 보여드리겠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섰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길은 없다지만, 면회를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수척해지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늘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그날 역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호박죽과 생크림 케이크, 망고 등 부드러운 음식을 준비해 먹여 드리고 왔다. 고작 여덟 살 된 아이가 그 호박죽을 잊지 않고 '영원히 사는 약'을 개발해서 넣어 드리겠다고 말하다니,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어린 손녀의 그 한마디가 왜 이리 가슴을 절절하게 하는지, 먹먹해진 마음이 쉬이 달래 지지 않는다.
백 년을 살아낸 어머니나, 이제 겨우 여덟 해를 산 손녀나 그 길고 짧은 여정에 어찌 고비가 없었을까. 글 몇 줄로 다 적을 수 없는 어머니의 백 년 속에는 생사의 갈림길이 여러 번 있었다. 어느 날 갑작스레 혈압이 40 이하로 떨어지고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30년 세월의 정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따위는 내던져 버리고 할 수 있는 의학적 처치는 모두 동원한 끝에, 기적처럼 어머니의 따뜻한 손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손녀 역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 저체중아를 면하고 퇴원했건만 무엇이 괴로운지 밤낮으로 울어대기만 했다. 다급한 마음에 구했던 베이비시터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그 작은 아이를 하마터면 잃을 뻔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발 별일 없기만을 빌고 또 비는 것뿐이었다.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는 그렇게 셀 수 없는 흔들림 속에서도 늘 한 줄기 빛을 찾아 오늘을 걷고 또 걷는다. 어머니의 백 년에도, 손녀의 여덟 해에도 저마다의 고비와 기적이 있었듯, 세상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는 꾹꾹 눌러 담은 삶의 이야기가 있다. 아프고 주저앉고 싶었지만 끝내 지나온 시간, 멈춰 서고 싶었지만 다시 걸어야 했던 순간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인생의 환승역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이렇듯 구구절절하고 따스한 인생의 사연들을 모아 《우리가 만난 환승역》이라는 한 권의 바카라에 담았다. 무려 스물여섯 명의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마음을 모았으니, 그 어떤 성찬(盛饌) 못지않게 풍성한 삶의 식탁이 차려졌다.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깊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맛과 향을 품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문장 행간에 담긴 깊은 맛으로 페이지를 넘기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게 될지도 모른다.
인생의 감동을 이야기하다 난데없이 맛을 운운하는 것이 조금 멋쩍기는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삶 또한 이와 닮아있다. 때로는 슬퍼서, 아릿해서, 사무치게 기뻐서 눈물을 흘리다 보면 어느새 인생이라는 열차는 우리를 또 다른 환승역에 데려다 놓곤 하니까.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그 작은 아기가 자라 이제는 백세의 왕할머니를 걱정하며 영원히 사는 약을 개발해서 드리겠다고 한다. 나는 이 바카라이 여러분에게 바로 그런 '한 알의 다정한 약'이자 마음을 적시는 '생명수'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삶은 늘 평탄할 수 없고,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고 갈아타기를 반복한다. 때로는 그 선택이 웃음이 되고, 눈물이 되고, 후회로 남을지라도 우리는 어떻게든 그 역들을 지나 꿋꿋이 걸어왔다. 이 바카라 속에 담긴 여정을 함께 하는 동안, 부디 당신이 지나온 지난한 삶의 궤적 또한 치유되고 따스하게 위로받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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