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꽃과 열무비빔밥

아름다움에 관하여

by류혜진

이상하게 잠이 쏟아지는 주일 아침이었다. 충분히 잤는데도 유난히 더 피곤한 날이 있는데 그 주일 아침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엄마 덕분에 노약자를 우대해 주는 교회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내가 다니는 교회는 지하 주차장이 성도 수에 비해 너무 협소해 노약자 우선으로 주차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그런 우대를 받는 것이 죄송스러웠는데, 3년 차에 들어가니 그 편함에 익숙해져 아무런 감정도 없게 되었다. 익숙함이 반복된 탓인지, 가슴 설레며 예배당에 앉아 있어도 모자랄 판에 스르륵 눈이 감겼다. 예배 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았기에 딱히 할 일도 없어 잠시 눈을 붙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눈을 감고 있는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기도하고 묵상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또 어떠한가 싶었다. 몇백 석이 넘는 자리에 앉을 예배자들은 내가 눈을 감고 자든, 기도를 하든 관심이 없거나 모른 척해주는 센스를 발휘해 줄 테니.


인기척이 들렸다. 내 옆자리에 누군가 가방 하나를 두고 갔다. 자리를 맡아 두고 화장실에 가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편안하게 잠이 들려던 찰나였기에, 다시금 눈을 감았다. 또 인기척이 들렸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살짝 눈을 떠 옆을 보았다. 역시나 아무도 없었다. 다만, 가방 위에 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침례를 받는 날인가?' 침례를 받는 날이면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꽃을 선물하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소란스러움이 조금 더 가중되었다. 이제는 정말 정신을 차리고 곧 시작될 예배에 집중해야 했다. 눈을 번쩍 뜨고, 주보 지를 훑어 보고 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아, 그리고 짧지만 기도도 했다. '하나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를 비롯해 가족들, 여기 있는 모든 분들 은혜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였다. 입구에서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시는 장로님이 내 옆자리에 있는 가방과 꽃이 내 것이냐고 물어보셨다. 아니라고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예배당 자리가 늘 모자라는 터라, 한 사람이 가방까지 좌석을 차지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혹시나 나를 오해하실까 싶어, '누군가 자리를 맡아놓은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 결국 예배는 시작되었고, 내 옆자리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결국 장로님과 간사님은 가방과 꽃을 들고나가셨다. 그 빈자리에 누군가 앉아서 편하게 예배드리시도록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문득, 일부러 자리를 맡아두고 간 그 누군가가 떠올랐다. 예배 시작 전에 들어와 앉아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다른 누군가가 앉을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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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북 독서논술 원장/[숨은고수] 글쓰기 강사/ 문학심리상담사 1급/ 글쓰기 독서지도사/ 꾸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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