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럭키비키

by스민

어릴 적 나는 운이 참 좋았다.

각종 이벤트에 응모해 경품으로 농구공이나 피노키오 얼굴이 달린 전자시계 등을 받았다.

온라인 게임인일 때는 어느 뷰티행사에 참석했다가 고급 스파 무료 이용권을, 대학교 동문 행사에서는 학교 로고가 찍힌 3단 우산을, 뮤지컬 공연 <레베카>를 보러 갔다가는 (무대 직후 내 티켓번호가 호명되는 바람에 나를 포함해 내가 앉은 열의 관람객 전원이) 스타벅스 무료 커피 쿠폰을 이벤트 당첨 선물로 받았다.


뭘 해도 당첨이 잘되다 보니, 때로는 굳이 원치 않는 일까지 당첨되었다.

대학원 수업에서 반장을 뽑겠다고 사다리 타기를 했는데, 그마저도 단번에 당.첨. 덕분에 한 학기 동안 학우들을 챙기느라 애썼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가족들마저 “너 뭐 당첨 잘되잖아”하며 응모할 일이 있으면 죄다 내게 맡겼다.

기회만 있으면 운이 좋으니 네가 한번 해보라며 부추겼다. 그러면 나는 그런 부추김에 힘입어, 귀찮아하기는커녕 부지런히 뭐든 열심히 지원하고 응모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운이 좋아서 뭐든 척척 도전한 것인지, 끊임없이 많이 도전해서 운이 좋았던 건지는 의문이지만.


그렇게 운빨 하나는 끝내줬던 내가, 최근 들어서는 뭘 해도 꼬인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이 하나둘 쌓여서인지, 이제는 내가 한때 진짜 운이 좋았나 싶고, 혹시 내게 할당된 운을 이미 다 써버린 건 아닌지 의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새로 이사 온 집 근처에서 넓고 쾌적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를 발견해 가족들에게 너~~ 무 좋다고, 앞으로 여기서 종종 일하면 되겠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며칠 뒤에 방문했더니 헐, 여기가 맞나? 어두컴컴한 공터로 변해있었다. 그새 갑자기 문을 닫아버린 것.


집이 전보다 좁긴 하지만 옹기종기 다 같이 모여 사는 게 참 사람 사는 것 같고 정겹다며,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장점을 나름 찾아보려 했건만.

아침부터 인터폰이 울린다.

강아지가 너무 짖어 시끄럽다고 아랫집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인터넷 설치를 위해 방문한 통신사 직원이 싹싹하게 일 처리를 잘해주길래 고마운 마음에 고객 만족도 100점 만점을 줬다.

그런데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아파트 전산실이라고 한다.

남의 집 창문으로 인터넷 전선을 붙여 올렸다고 민원이 들어왔다고.

하... 그놈의 민원.


클라이언트로부터 번역을 희망하는 작품이 있다면 회신해 달라는 이메일을 받고 들뜬 마음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다고, 희망 우선순위와 함께 제법 많은 작품을 적어 회신했다.

설마, 그렇게 많이 써냈는데, 그중 하나라도 걸리겠지, 확신했는데.

몇 주가 지났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다.

내 이메일이 누락되었나, 노파심에 용기 내서 담당자에게 전화까지 했는데, 문제없이 잘 받았다고... 음 아무래도 내 이력이 매력적이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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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일상에 스민 이야기를 씁니다. 문화예술계 한영 번역가·에세이스트. 에세이 『오 마이 갓김치! K콘텐츠 번역가로 일하는 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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