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분위기가 퐉!퐉! 풍겨졌어요~”
언젠가 일로 인연을 맺은 분이 내 SNS를 보고 한 말이다. 워커홀릭. 영어로는 어감이 좀 그럴듯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일 중독자'. 한 마디로 일밖에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그분이 충분히 그렇게 느낄 만도 한 것이, 내 SNS 계정에는 주로 혼자 일하는 중에 든 생각이나 읽은 바카라에 대한 짧은 단상이 피드를 빼곡히 채운다. 함께 일하는 동료가 없어 종일 침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온라인상에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조잘조잘 풀어놓는다. 각 잡고 진중하게 올리기보다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가볍게 올림에도 불구하고 요즘처럼 텍스트나 바카라 안 읽는 시대의 사람들 눈에는 워커홀릭으로 보이는 듯하다.
게다가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덕업일치'를 내세우며, 다른 건 몰라도 내 일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주장하고 다니는 나.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늘 일에 대해 고민하고, 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릿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나는 워커홀릭이 맞는 것 같다.
이처럼 SNS를 비롯해 모든 일상에 ‘일’이 스며들고, 본업을 그토록 애정하는 내게 하루아침에 일이 사라졌다는 것은 내 존재 가치와 정체성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기에 충분했다. 일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인지, 일이 없는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얼 해도 전혀 즐겁지가, 행복하지가 않았다. 평일 낮에 한산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도, 좋아하는 미술 전시회를 가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어도. 뭔가 채워지지 않고 텅 빈 느낌이다.
'지금껏 허송세월을 보냈나.'
그동안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갓생' 살았던 것 같은데. 난 대체 뭘 한 건가... 허무했다. 주변 내 나이 또래 친구 혹은 지인 들 대부분 안정적인 온라인 게임을 다니다가 결혼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는 사이, 나는 일을 핑계로 고립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고, 바쁘다는 핑계로 인간관계에도 소홀했다. 그동안 일에만 매진한 기회비용이 더없이 크게 느껴졌다.
-퇴사 후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 약 1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