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2026. 6. 11.

by한상훈

나는 종종 내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과거를 통해 말할 것은 충분했고 오히려 이젠 말하면 안 되는 상황에 온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분노가 아닌 차가운 이성으로 사태를 말하고 싶었다. 아마도 그것이 내가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감정은 참 오묘하고 한심하다. 그래서 감정에 따라 결정을 했다면 그 결정들이 본인을 구성하는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몇몇 사람들에겐 그 정체성 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도덕적 우월감이다. '나는 도덕적이야. 나는 우월해.' 이 질병에 빠진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도덕적이지도 않으며 우월하지도 않다. 그리고 그들은 대다수가 돈에 미친 정신병자들이다.


이들이 돈에만 미쳐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들은 광신에 가까운 진영 논리에 빠져있다. 자신이 속한 진영은 선, 반대편은 악. 선과 악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참 하찮고 단순한 세상 분류법이다. 세상에 많은 것들은 대부분 선과 악을 선명히 구별해 말하는 것이 쉽지 않으나 선동되기 쉬운 사람들일수록 모든 것은 매우 단편적으로만 보고, 단편적으로만 해석하며, 단편적으로만 사고한다. 이들이 사실상 인간이라는 같은 범주로 묶이기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면서 동시에 인간 중 다수는 이러한 취약점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시스템적 절망도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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