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9.
나를 가장 멈추게 했던 것은 무엇일까. 굳이 한 단어로 뽑자면 '의미'일 것이다. 의미가 없는 시간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의미 없는 삶. 의미 없는 순간. 의미 없는 세계. 단 하나도 의미가 남지 않고 텅 비게 되니 그 어떤 것도 채울 이유가 없었다. 모든 게 손해 보는 거래가 되었다.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것과 얻는 것의 간극. 목표의 가치는 0원. 투입하는 것은 언제나 양의 값.
영화 '김씨표류기'에 보면, 모든 것을 포기한 남자가 아이러니하게도 죽지 못하고 나서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과정이 나온다.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어야 했고, 잘 곳이 필요해서 잘 곳을 만들어야 했다. 의식주를 자신이 통제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억누르던 빚더미에서는 해방되고. 그러자 그는 아주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엔 그 삶에 적응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삶을 빼앗기지 않기 위함이었을까.
내가 의미에 대해 물었던 것은 통제력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이다. 지난 수년간 로비스트들과 있어보면서 나는 통제력을 느낄 수 없었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닌 이상 그 아래에서 아무리 땀나게 뛰어도 얻을 것은 없었다. 아무리 큰 판도 권력의 힘 앞에서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으니 어쩌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게임에 들어간 것일지도 모른다. 거래를 할 거면 거래만 하던지, 함께 배를 탈 거라면 배부터 정하든지.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절대로 그렇게 흐르지 않았고, 그들이 파는 상품은 사실상 부도수표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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