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건 손만이 아니었다

복직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왼손이었다.
한 손으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은행원인데..?돈을세야하는데.
컴퓨터는 어떻게 하지.
서류는 넘길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손이 아니라 머리였다.
해야 할 일을 금방 잊어버렸다.
방금 들은 이야기도 메모하지 않으면 사라졌다.
예전에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전화하면서 메일을 보내고,
서류를 확인하면서 다음 일정을 생각했다.
그런데 복직 후에는 하나밖에 못 했다.
전화가 오면 메일을 못 썼고,
메일을 쓰다 보면 아까 하려던 일을 잊어버렸다.
멀티태스킹이 완전히 사라졌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았다.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자세가 무너지다 보니 목과 어깨는 늘 굳어 있었고,
두통은 일상이 됐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다.


그런데 입사 후 처음 맡는 업무가 생겼다.
명확한 가이드도 없었고, 물어볼 사수도 없었다.
퇴근은 늘 늦어졌다.
하루 종일 긴장한 채 일을 하다 보면
집에 돌아와서도 머릿속은 회사에 남아 있었다.


스트레스는 몸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밥이 잘 안 넘어갔다.
그러더니 물 한 모금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물을 마셔도 체했다.

그 다음엔 잠을 설치기일쑤였고, 심장이 벌렁거렸다.
'내가 왜 이러지?'
그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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